<해외관광>日히로시마 야마구치 아시안게임보며 관광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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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일본 히로시마(廣島)현과 히로시마에 인접해 있는 야마구치(山口)현이 제12회 아시안게임(10월2~16일) 개최를 계기로 한국인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1945년8월 인류사상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로 순식간에 폐허가 된 히로시마는 15년동안 풀 한포기도 살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으나 오늘날 관광객만 연간 7백만명을 헤아리는 국제평화문화도시로 변모했다.
히로시마의 상징은 역시 항구적인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평화기념공원.
하천과 숲으로 둘러싸여 아늑함마저 느끼게 해주는 평화기념공원은 멀리서 언뜻 보기엔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공원 북쪽 모퉁이를 접어들자 첫눈에 들어오는 피폭(被爆)의 유일한 잔해(殘骸)인 원폭 돔을 대하면서 들기 시작한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은 공원내 곳곳에 자리잡은 각종 위령탑.위령비등을 통해 이내 숙연한 심정으로 바뀌게 된 다.
특히 서쪽 하천 건너편 뚝 떨어진 곳에 외로이 서있는 한국인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용케 찾아냈을 때의 심정은 참담하기조차 하다. 감정을 추스리고 난후 공원내 평화기념자료관에 들어서면 1층 정면에 원자폭탄에 의해 폐허가 된 히로시마 시가지의 모습(모형)과 히로시마 시장이 각국에서 핵실험 할 때마다 보낸 평화호소문이 전시돼 있어 「노 모어 히로시마」를 호소하는 히로시마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2층에는 방사능으로 변색된 지붕기와,마른 살점이 붙어있는 손톱조각,걸레처럼 찢긴 어린 학생의 교복등 원폭의 참상을 전해주는 많은 피폭 자료들이 전시돼 있어 악몽의 그날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히로시마 방문기간중 한나절 정도의 짬을 내 인접한 야마구치현의 아키요시동굴(秋芳洞).아키요시고원(秋吉臺)을 찾는 즐거움도크다. 히로시마에서 자동차로 두시간을 달려 아키요시동굴.고원에닿으면 야마구치현의 대표적 명승지답게 그 엄청난 규모부터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종유(鍾乳)동굴인 아키요시동굴은길이 10㎞에 가장 넓은 곳이 2백m, 천장높이는 최고 40m로 일반에 공개된 1㎞를 걸어 들어가노라면 높이 15m의 황금빛 기둥을 비롯,동굴의 후지(富士)산.호박바위.만평논 .백장접시.큰 대들보.관음불상 등으로 이름지어진 갖가지 형상들이 절로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동굴의 끝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높이 80m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번에 오르면 눈앞엔 총면적 1백30평방㎞(최장 길이 10㎞)에 이르는 일본 제일의 카르스트고원인 아키요시고원이 펼쳐진다. 녹색의 초원에 크고 작은 온갖 석회암주(石灰岩柱)가 끝간 데를 모르게 줄지어 서있는 이 고원은 마치 무수한 양떼가 노니는 듯해 보는 이의 마음을 마냥 넉넉하게 해준다.
[히로시마=金南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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