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대 반미래에셋' 펀드 시장은 전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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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가에 펀드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 대 ‘반(反)미래에셋’ 진영 간 전쟁이다. 발단은 미래에셋이 최근 선보인 ‘인사이트펀드’. 이 펀드는 출시 3주 만에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는 ‘괴력’을 과시했다. 반미래에셋 진영으로선 가뜩이나 펀드시장을 ‘독식’해 온 미래에셋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에 대한 비방은 물론 유사한 펀드로 맞불 작전이 최근 쏟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새롭게 성장하는 인터넷 펀드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도 뜨겁다.

◆“미래가 하면, 우리도 한다”=미래에셋의 아성에 도전하는 선봉장은 삼성투신운용이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8일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등 신흥 국가에 투자하는 유사한 펀드를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도 이 회사는 인사이트펀드 대항용으로 안정형 글로벌펀드인 ‘삼성글로벌자산배분펀드’를 선보였다.

이 관계자는 “미래의 인사이트펀드는 전 세계 어디든, 어떤 상품이든 고수익 상품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잘못 운용할 경우 시장을 뒤쫓아가면서 손실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이트펀드를 ‘점쟁이펀드’ ‘몰빵펀드’라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김승길 이사는 “인사이트펀드는 전 세계 초우량 기업들을 찾아 장기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것”이라며 “‘점쟁이 펀드’라는 비난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런던·뭄바이 등에 이미 진출해 있는 미래에셋에 맞서기 위해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운용사들도 늘고 있다. 한국운용이 베트남에 이어 홍콩에 진출했고,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올 7월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삼성투신은 이달 말에 홍콩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자산운용업계의 맏형은 삼성투신이었다. 수탁액도 21조4285억원으로 미래에셋을 1조원가량 넘어섰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은 역전됐다. 미래에셋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최근 수탁액이 39조4372억원으로 급증, 삼성투신(21조9015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마케팅 시장도 후끈=펀드시장이 미래에셋으로 급속히 기울자 증권사마다 자기 계열 운용사의 상품은 제쳐놓고, 미래에셋펀드만 홍보하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동부증권 광주지점의 경우 이달 초부터 건물 밖에 ‘미래에셋펀드 팝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조득형 지점장은 “고객들이 워낙 미래에셋 상품만 찾으니 어쩔 수 없다”며 “계열사 상품 판매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규모가 부쩍 커진 인터넷 펀드몰 고객 확보전도 뜨겁다. SK증권은 인기 펀드 40개를 선정해 가입액의 1%를 상품권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나대투증권은 4일 개설한 펀드몰 ‘펀드하자닷컴’에서 10만원 이상의 적립식 펀드 가입 고객에게 영화예매권을 2장씩 지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등도 포도주와 펀드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을 내걸고 펀드몰 고객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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