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씨에 3억 건넨 고교 이사장, 경찰 조사뒤 돌연 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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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44)씨가 경기도 Y고교 이사장 K씨의 청탁을 받고 학교 이전사업에도 개입했던 것으로 9일 밝혀졌다. 閔씨는 또 병원 신축사업과 관련해 K씨에게서 3억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K씨는 지난 5일 閔씨의 '6백53억원 펀드 조성'사건과 관련,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 사흘 뒤인 지난 8일 해외로 돌연 출국해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Y고교 이전 추진과 관련한 閔씨의 비리의혹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져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일 Y고교의 이전사업 추진과 관련, 김진호(金辰浩)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지난해 말 평소 알고 지내던 閔씨에게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는데 토지공사가 현재의 학교 땅을 사 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며 "金사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閔씨는 金사장의 고교 후배인 朴모(50)씨를 통해 金사장과 면담 약속을 잡았고 지난해 12월 23일 토지공사 사장실에서 K씨와 함께 金사장을 만났다는 것이다.

당시 면담에서 토지공사 측은 학교부지의 매매를 위해서는 교육청이 먼저 학교 이전을 승인해줘야 한다는 이유로 K씨의 요청을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閔씨는 지난해 7월 경기도 이천에 신축하려던 병원의 부대시설을 임대해 주는 조건으로 K씨에게서 3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閔씨가 K씨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과 사돈관계라는 신분을 이용, 金사장과의 면담을 주선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金사장은 이날 경찰 조사에서 "당시 閔씨가 모 병원장 명함을 건넸지만 대통령의 사돈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Y고교 관계자는 "K이사장은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출국했으며 일주일쯤 후에 돌아올 것"이라며 "(경찰 수사를) 피하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閔씨의 빚이 1백억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閔씨가 빚쟁이 상태에서 6백53억원의 기금 모금 활동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을 조사 중이다.

김정하.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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