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선수 수도료 고민도 해결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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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 백연숙·박형진·진은실·박하나씨(왼쪽부터)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최근에 이사했는데 수도 고지서 명의 변경을 어떻게 하나요?”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에서 일하는 한 상담원은 9월에 이런 전화를 받았다. 그는 평상시처럼 전화를 건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고 명의를 바꿔 주면서 깜짝 놀랐다. 전화한 사람은 프로 축구선수 이천수였다.

 이 선수가 서울시 업무와 관련한 민원을 할 때는 다산콜센터에 물어보면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화한 것이다.

 상담원 박하나(22·여)씨는 “이천수 선수가 다산콜센터를 알고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저희 콜센터가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기쁘다”고 말했다.

 올 9월 12일 정식 운영을 시작한 다산콜센터가 시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산콜센터는 서울시가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주기 위해 만든 일종의 통합 민원 담당센터다. 기존에는 부서별로 민원을 받다 보니 시민들이 해당 부서를 찾느라 헤매는 불편이 컸다.

 ◆민원 해결 도우미=현재 다산콜센터에는 104명(남성 상담원은 3명)에 달하는 상담원이 있다.

  이곳에 하루 5000여 건의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 걸려오는 전화가 많다 보니 다양한 에피소드와 가슴 찡한 이야기도 넘친다. 박씨는 “일부 꼬마 상담객은 ‘호랑이 발과 사자 발이 어떻게 다르냐’는 귀여운 질문을 한다”며 “시정(市政)과는 관련 없는 일들이지만 인터넷으로 얼른 찾아 답해 준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때도 많다. 그는 “평생 혼자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아파트 조합 사기에 걸려 돈을 날렸다고 울며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와 상담원들이 모두 걱정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보람이 더 커요”=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민원인은 한 시간 가까이 횡설수설하며 전화를 끊지 않는다. 다짜고짜 “시장 바꿔”라며 욕설부터 퍼붓는 전화도 걸려온다.

 하루 종일 60~70통 가까운 전화를 받다 보면 피로도 만만치 않다. 백연숙(44)씨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하루 종일 대화를 하거나 직접 콜센터로 찾아오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람이 더 크다. 대표적인 게 서울시가 내놓은 장기전세주택(SHIFT)의 성공적 정착에 콜센터가 기여한 부분이다. 세 차례에 걸친 장기전세주택 분양 신청기간 동안 다산콜센터에서는 총 1만2553건의 문의 전화를 소화했다. 이 공으로 콜센터는 지난달 열린 2007년 지방행정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2등)을 받았다.

이수기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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