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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백악관을 청소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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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성차별 논란이 불붙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30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던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힐러리가 다른 남성 후보 6명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은 것과 관련, "선두 주자에 대한 통상적인 공격인지, 성차별적 공격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힐러리만 집중 공격=힐러리 캠프는 이날 토론회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힐러리에 대한 집중 공격의 현장'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비판적이었다고 지목했다. 1984년 민주당 소속으로 첫 여성 부통령 후보를 지냈던 제럴린 페라로는 "에드워즈 전 의원은 토론회 2시간 내내 힐러리만 집중 공격하고 버락 오바마 의원에 대한 공격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오바마 의원이 2시간 내내 얻어맞았다면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됐을 것"이라며 "이 나라는 성차별주의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힐러리 역공=힐러리는 5일 아이오와 유세에서 "여성은 어지러이 더럽혀진 곳의 청소를 잘한다"며 남성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역공했다. 그는 연설 도중 두 손을 머리에 얹은 뒤 "맙소사, 난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면 어디부터 청소해야 할지 고민할 것 같은데 그때 여러분은 진공청소기와 빗자루를 가져와 함께 청소하자"며 '백악관 청소론'을 주장, 박수를 받았다. 이어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뜨거우면 부엌을 나가라'고 했지만 나는 부엌이 가장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힐러리는 평소 '여성이라 안보를 맡기기 불안하다'는 공격에 대해 "여성이라 오히려 믿을 수 있다" "미국 역사를 바꿀 첫 여성 대통령 후보" 등 적극적 대응으로 반박해 왔다. 또 그의 유세장에는 '여성 대통령' 배지를 단 여성 유권자들이 숫자에서 남성을 압도하는 등 여성의 투표 참여를 최대한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토론 못하자 성차별 운운"=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힐러리가 "성(性)을 방패로 본질적인 비판을 피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에드워즈 지지자인 케이트 마이클먼은 "힐러리는 토론에서 이라크나 이란 등 주요 문제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관심을 돌리려고 성차별 운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즈 전 의원도 "힐러리도 다른 모든 주자와 똑같이 대우 받아야 한다는 게 내 초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의원도 "나도 토론에서 공격받았지만 인종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힐러리 진영을 비난했다.

신문은 "민주당 경선에서 여성인 힐러리가 1위, 흑인인 오바마 의원이 2위를 달림에 따라 대선 정국에 성과 인종 이슈가 섞여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4일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내년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되리라고 예상하는 미국민은 39%에 달한 반면 오바마는 11%, 에드워즈는 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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