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작가들 '파업 피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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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CBS 스튜디오 밖에서 ‘전미작가협회가 파업에 들어갔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와 방송사에 시나리오와 콘티를 제공해 온 작가들이 펜을 내려놓고 피켓을 들었다. 영화.방송작가 1만2000명이 소속된 전미작가협회(WGA)가 영화.방송사들과의 로열티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5일(현지 시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제이 레노 쇼'와 '데이비드 레터맨 쇼' '존 스튜어트쇼' 같은 유명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들의 제작이 전면 중단됐다.

작가들이 전국적으로 파업에 들어간 것은 1988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5일부터 재방송으로 시간을 메우겠다고 발표했다. 시사 코미디는 뉴스를 반영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놓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4일 밤까지 계속됐던 막바지 마라톤 협상에서는 작가협회가 DVD 로열티를 기존의 두 배로 올려 달라는 요구를 철회해 타결이 임박한 듯했다. 하지만 작가들은 점점 시장에서 비중이 커지는 인터넷 방영 프로그램에 대해 로열티를 요구했고, 제작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WGA의 협상 상대인 전미 영화.TV제작자연맹의 니컬러스 카운터 회장은 "파업이 적어도 9~10개월 정도로 오래갈 듯하다"며 "5개월간 했던 88년 파업 때보다 이번 이슈가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가 파업이 풀릴 때까지 대본이 필요 없는 리얼리티 쇼와 재방송 프로그램, 그리고 영화의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기 미국 드라마들은 제작사 측이 협상 결렬과 파업에 대비, 작가들을 독촉해 미리 대본을 받아놓아 당분간 차질 없이 방영된다. 황금시간대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 일일 드라마들은 최소 6회~내년 1월분까지의 대본을 미리 확보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 인기 드라마인 '24'와 '프리즌 브레이크'도 아직은 차질 없이 제작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하지만 파업이 오래 가 확보해 둔 대본이 바닥나면 이번 시즌을 황급히 끝내야 할 처지라고 NYT는 전했다.

88년 5개월간의 파업 중 업계가 입은 손해는 약 5억 달러였다. 제작사들은 앞으로 5개월간 파업이 지속될 경우 최소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업이 시작되자 할리우드와 NBC 스튜디오가 있는 뉴욕의 록펠러 플라자에선 5일 각각 수백 명의 작가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쇼 사회자인 코미디언 제이 레노가 현장에 나타나 작가들에게 도넛을 나눠주며 "작가들을 지지한다"며 "방송에서 이들이 하는 역할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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