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그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식스맨으로서였다. “이상민의 공백을 온전히 메워주진 못했지만 예상 외로 잘해줬다”는 평가였다.
그런 표명일을 눈여겨본 이가 있었다. “가장 싫어하는 선수가 표명일”이라던 동부 전창진 감독이다. 동부 선수들이 표명일의 터프한 수비에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표명일이 상대팀이었을 때의 이야기. 전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표명일을 동부로 데려왔다.
4일 잠실에서 동부와 삼성의 경기가 벌어졌다. 표명일은 그의 벽, 이상민과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그는 더 강해져 있었다. KCC 시절 그를 가로막았던 이상민이 아니었다. 최근 4경기에서 102점을 퍼부으며 전성기를 능가하는 공격력으로 업그레이드된 이상민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승자는 동부였고, 표명일이었다. 표명일은 악착 같은 수비로 이상민을 단 3점으로 틀어막았고, 고비마다 3점슛을 꽂아 넣으며 15득점(3점슛 3개)·5어시스트로 팀 6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표명일은 이번 시즌 8경기에서 평균 15.13점·4.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32세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주전 선수로 뛰고 있다.
장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