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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동 국악공연"魂의 기행"-국악의 국제화 가능성 심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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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문화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국악공연은 국제화와 문화전쟁의 시대에 우리의 전통음악이 외국인에게 어느 정도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였다.
지난 5일 오후8시 일명 마리 앙트와네트궁으로 불리는 프랑스상원의사당 대연회장(보나파르 살롱)에서 열린 해외순례 국악공연「혼의기행」은 미흡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에게 우리 국악의 인상을 깊이 심어준 의미 있는 무대였다.김영 동씨가 이끄는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마련한 이번 공연에는 부총리급인 프랑스 재무경제장관을 비롯,고위인사들과 음악인 2백여명이 초청된 가운데 프랑스의 국가적인 주요행사가 열리는 장소에서 베풀어졌다는 점도 특기 할 만하다.
프랑스당국자에 따르면 이곳에서의 문화공연은 세계각국에서 정상회담과 같은 주요행사가 있을 경우 한해에 한 두차례 열릴 정도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
초청된 관객들은 지난해 파리에서 열렸던 한국 고전무용및 판소리공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열린 한국영화제에서『서편제』등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를 맛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1부에서는『귀소』『침묵.대답』『삼포 가는 길』등 우리에게도익히 잘 알려진 김영동씨의 창작국악곡 6곡이 연주됐고,2부에서는『참선』『탑돌이』등의 예불음악과 함께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신수제천』『영산회상』등 국악인 김영동씨의 다양한 작품세계가 소개됐다.
특히『영산회상』연주는 목소리만으로 가락을 이어가는 강권순씨(여창가곡 이수자)의「구음」을 곁들여 이색적인 무대로 찬사를 받았고 이밖에 김묘선씨(승무 이수자)의「나비춤」등도 열렬한 환호를 끌어내 예술언어의 세계성을 실감케 해주었다.이 날 공연을 유심히 지켜본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니콜라 봉셀씨는 공연내용을 극찬하면서『최근 바스티유 오페라가 한국계 지휘자 정명훈씨를 축출한 사건이나 고도서 반환문제를 둘러싼 갈등등 한.불관계의 마찰은 모두 비문화적인 이유로 인해 일어 난 것이므로 문화 본연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음악과 문화의 국제화 정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서「혼의기행」공연은 한국전통음악의 국제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일반대중이 관람하는 기획무대를 제대로 성사시키기 위해선 전문적인 문화공연 기획.제작체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삼 상 기시켰다.김영동과 시립국악관현악단이 국악의 해를 맞아 우리음악의 세계화를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벌이고 있는「혼의 기행」은 파리공연에 이어 방콕.싱가포르 공연으로 이어진다.또 11월말 서울에서 우리굿과 만나는 무대를 마련한 다음 가질 중국 북경공연으로 전체일정을 마무리짓게 된다.
[파리=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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