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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만드는사람들>"사건25시"단골 범인대역 배달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살인,강.절도,조직폭력,금고털이,성폭행등 안해본 범죄가 없어요-」.
KBS『사건 25시』의 범인대역 단골 배달부씨(37.본명 조용수). 엑스트라 생활 10년만인 지난해 5월 범인으로나마 「주연」배역을 맡아 1년4개월여동안 연기한 끝에 2백40범이 넘는 전과가 쌓였다.
같이 시작한 동료 대역들이 대부분 중도포기할 정도로 흉폭한 악역만을 도맡아 하다보니 길을 지날때 아이들이 『범인 간다』며던진 돌에 맞기도 했고 주민 신고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적도 7~8번이나 된다.지금은 악당이지만 그의 원래 직업은 가수다. 국민학교 4학년때 마을 노래자랑에서 입상한뒤 키워온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희대 체대를 졸업한 해인 83년 유산으로 물려받은 수원땅 4천평을 팔아 거금 3천7백만원을 움켜쥐고 상경했다.
「사랑과 꿈을 전달하는 메신저」라는 의미로 예명을 배달부로 정한뒤 『몹시 궁금해』『내마음의 기타』등 1,2집 앨범을 거듭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고 돈도 모두 날려버렸다.
그때부터 유흥업소를 전전하는 생활이 시작돼 밤무대 가수.MC.코미디언.각설이등 안해본 것이 없으며,89년 방송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어 KBS『열전,달리는 일요일』에서 「인디언 추장」역을 3년반동안 맡았지만 별다른 시청자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 출장비.출연료 포함,주당 40만원을 받고 주5일 전국 곳곳을 누비며 촬영해야 하는 『사건25시』의 배역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고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10분 출연에 월 5백만원을 받을 수 있는 유흥업소 출연제의를 거절하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아닌 「至誠이면 感PD」라 그에게도 행운이찾아와 지난주부터 인기 코미디프로 『한바탕 웃음으로』에서 대스타 개그맨 김형곤과 함께 고정출연하는 기회가 주어졌다.가수로 성공하지 못하면 가슴속의 한이 될까봐 최근 3집 앨범 『잘될꺼야』를 냈는데 그 반응 역시 문자 그대로 「잘되고」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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