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 야심 차게 내놓은 ‘인사이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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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18면

미래에셋이 야심 차게 내놓은 ‘인사이트 펀드’가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설정 당일 무려 1조6000억원어치가 팔렸다. 펀드 판매창구는 가입자들로 북적였다.
미래에셋은 이 펀드의 판매 목표액을 10조원으로 정했다.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총 100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담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이 펀드는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최강의 펀드로 부상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의 뛰어난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능력을 감안할 때 불가능하지 않은 목표라는 반응을 보인다.

투자자들의 기대는 크다.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 창립 10주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란 소식에 든든해하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박 회장과 미래에셋을 믿어보자는 생각이 앞서, 이 펀드가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도록 설계돼 있는 상품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투자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펀드는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인사이트(Insight)’란 게 무엇인가. ‘직관’이란 뜻이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직관력을 발휘해 굴리는 펀드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예컨대 중국 증시가 뜰라치면 그곳에 올인해 한바탕 수익을 올리고는, 기동력 있게 미국 재무부 채권으로 돈을 돌려 굳히기로 들어가는 식이다.

이런 투자방식을 선진국 증시에선 ‘스윙’전략이라 부른다. 하지만 일종의 ‘묻지마식’ 투자라는 점에서, 일반 공모펀드들은 이런 전략을 거의 쓰지 않는다. 잘 하면 대박이 나지만, 자칫 쪽박을 찰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물론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같은 헤지펀드들은 이런 전략을 주로 쓴다.

이는 펀드 가입자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큰 수익과 큰 손실이 순식간에 교차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 살펴야 할 것은 펀드 수수료다. 인사이트 펀드는 최초 가입 때 1%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매년 판매·운용 보수를 2.49%씩 추가로 뗀다. 가입 첫해의 수수료가 3.5%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국내의 다른 펀드들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펀드 수수료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돈을 굴려주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은 직원들에게 인사이트 펀드 1억원어치를 팔 때마다 40만원씩을 인센티브로 주는 파격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증시 및 펀드시장 흐름에 비추어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열기는 상당 기간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신규 자금 유입은 물론이고 이 펀드로 갈아타기 위한 기존 펀드의 환매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식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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