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말한다>修辭學은 실제 현실을 은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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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마쓰우라 히사키(松浦壽輝)교수는 현상을 인식하는 방법 가운데하나인「修辭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와 정보를 파악하는데 있어 수사학은 실재를 감추거나 호도하는데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마쓰우라교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팝가수 마돈나의 누드집인『SEX BY MADONNA』를 이용하고 있다.
이 책은 첫머리에「I'll teach you how to fuck」이란 문장을 유난히 큰 글자로 보여준다.
여기서「fuck」이란 말은 보통 의미의「성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생각이 미칠 수 있는 다채로운「性倒錯」의 실천을 뜻한다.
예컨대 마돈나의 누드집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기구에 매달린 알몸의 마돈나가 마치 체조 선수와 같은 단련된 몸매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이작품은 잘 단련된 근육의 긴장감이 결코절망의 늪으로 떨어질 수 없는 삶에 대한 강한 긍정적 이미지까지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사진(위)에는 검은 색의 스타킹과 굽 높은 힐을 신은 마돈나가 자연스럽게 담벼락에 매달려 독자에게「깜직함」과 천진난만한「소녀성」을 보여준다.
마쓰우라교수는 이같은 마돈나의 모습이 하나같이 자연스러움을 지닌 듯 내비치지만 이는 완벽한 연출에 의해 이루어진 미학적 수사학이라고 규정한다.마돈나 누드집은 다시말해 마돈나 한사람의완벽한(성으로 부터 해방된)자기표현이 아니라「사 회의 상식적 성윤리」라는 가상의 敵에 대한 도발적 몸짓이자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것이다.따라서 이는 연출된 性倒錯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한다.
바로 이같은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중사회적 의미와 이데올로기로 부터 일탈하여 섬세한 감각을 지녀야 한다고 마쓰우라 교수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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