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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D-1년] 첫 예비 경선지 … 양당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누굴 뽑을까? 힐러리! 누가 이길까? 힐러리!"

"오바마는 준비됐다. 오바마를 백악관으로!"

"에드워즈, 하나밖에 없는 민주당의 희망!"

지난달 26일 오후 미 아이오와주의 주도 디모인시 공설운동장.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주민과 만나는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몰려든 1000여 명의 주민은 목청껏 지지 후보를 연호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힐러리, 지명자(Nominee)"를 외치던 40대 주부 낸시는 "모든 면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가장 완벽하다. 미국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겸비한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힘줘 말했다. 반면 월남전 참전용사 윌리(67)는 "미국이 진짜 바뀌려면 오바마"라며 "그가 흑인이라 안 된다는 사람은 47년 전 케네디가 대선에 나설 때도 '풋내기 가톨릭 교도'라 반대하며 미국의 도약을 가로막던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1월 3일 미국 전역에서 가장 먼저 예비 선거(코커스)를 실시할 아이오와주는 '미국 정치 1번지'답게 대선을 1년 넘게 앞두고 이미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연단에 오른 조 바이든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힐러리 등은 하나같이 "부시의 잘못된 전쟁으로 미국의 젊은이들은 무고한 피를 흘렸고 세계 제일의 나라 미국의 신용은 땅에 떨어졌다"고 맹공했다. 이어 "나를 뽑아 주면 더 강하면서도 존경받는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마다 주민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스무 살 때인 1972년부터 빠짐없이 코커스에 참여했다는 주부 패트 도리언(55)은 "4년 전보다 대선 후보들이 훨씬 많이 이곳을 찾고, 집회에 참석하는 주민의 수도 늘어 열기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와는 미 대선이 시작되는 곳으로 여기서 바람이 불면 누구도 꺾을 수 없다. 무명의 풋내기 후보 카터.클린턴이 여기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설명했다.

300만 인구의 90%가 백인인 아이오와주는 중서부 민심을 반영하는 리트머스로 꼽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중 실업자가 3만 명 넘게 늘고 재정도 적자로 돌아선 도시 지역은 민주당이 강세지만 농촌 지역은 골수 공화당원이 많다.

양당 대선 주자들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는 곧 낙마"라는 긴장감 속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존 에드워즈 후보는 올 초부터 50여 일 넘게 이곳을 찾아 노동자들의 지지를 모았고 뒤늦게 뛰어든 힐러리도 주 전역을 버스로 돌며 40여 일을 투자했다. 대도시에 집중하는 미 대선 주자들이 이렇게 바닥 민심을 훑는 곳은 이곳과 뉴햄프셔 정도다. '소매정치(Retail Politics)'의 현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지신문 디모인 레지스터의 정치부장 케시 오브라모비치는 "민주당에선 에드워즈가 초반 인기를 모았지만 밴드왜건(전국적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는 현상) 효과에 따라 10월 말 현재 힐러리가 28.9%로 1위이고, 오바마(26.6%)가 간발의 차로 추격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힐러리의 지지율 상승률이 4%인 반면 오바마는 7%"라며 "힐러리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화당은 일찌감치 유세를 시작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지지율 36.2%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8월까지 2위였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13.1%)이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12.8%)의 맹추격에 고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는 여성, 오바마는 남성에게 각각 인기가 많은 편이나 노조원들의 지지를 받는 건 공통점"이라며 "롬니는 여성과 노인층, 허카비는 베이비붐 세대가 지지하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오브라모비치 부장은 "아이오와는 미국에서 인종.경제적으로 가장 동질적인 주지만 양당 지지층이 워낙 백중세로 미 대선의 축도를 보여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대선 때도 부시가 신승하긴 했지만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이 계속돼 50개 주 중 개표가 가장 늦게 확정됐다"며 "2008년 대선도 격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모인(아이오와)=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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