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北美전문가회의-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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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平壤과 베를린에서 시작된 北-美 실무전문가회의를 보는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韓昇洲외무장관의 訪美조율에 힘입어 우리의예상을 뛰어넘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실무전문가회의는 오는 23일 열리는 北-美 3단계고위급회담 2차회의에 대비한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며따라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무협의가 3단계 2차회담에서 논의될 중요 사안의 여러가지 대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는 점과 2차회담의 방향을 제시하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平壤회담의 경우 美관리가 최초로 북한을 공식방문해 북한당국과 회담을 갖는데 따른 상징적인 의미가 큰데다 논의될 내용도 北-美간 수교과정에 필요한 절차들을 다루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또 金日成사망 이후 북한의 후계체제구축과 관련한 온갖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美관리들이 직접 平壤을 방문,金正日후계체제의 실상과 북한사정을 현장 확인하게 된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平壤회의를 앞두고 외교부대변인 성명으로 미국과평화협정을 체결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측 대표를 고위직으로 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平壤회의의 의미를 중폭시키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불순한 의도엔 응하거나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있다.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은 韓昇洲장관과의 회담에서 평양회의가 협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조사를 위한 것이라고 한계를 그었다. 연락대표부가 실제 세워질 경우 美외교관의 주거나 통신.물품구입.치안상태.외국공관원에 대한 북한의 법적 대우와 활동범위등을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平壤회담이 정치적 무게를 갖는실질적「수교협상」으로 비춰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이번 협상에서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문제를본격 거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아울러 미국이「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한국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단단히 쐐기를 박아줄것을 강력 요청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韓國정부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한국과의 관계를 해칠 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성명으로 밝혔으며 실무전문가회의 전날인 9일 로버트 갈루치美국무차관보도 특별사찰이나 연락사무소 설치,경수 로 지원문제등핵심사안과 관련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미국이 적극 수용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동시에 남북한 관계개선은 한국측에서 상당한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는 대목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고 있어 우리정부를 켕기게 한다.
한편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부문의 실무전문가 회의에서는 경수로지원방안 논의가 가장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한국형 경수로 채택을 북한에 강력히 종용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1차 고위급회담에서사실상 한국형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러시아형을 고집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실무회의에서는 어느 나라 형태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등 경수로 제공을 보장하는 방법을 북한에 주로 설명하는 자리가될 가능성이 크다.
대체에너지 제공문제와 관련,우리 정부는 북한에 전기를 직접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에 이미 전달해놓고 있으며 북한은그같은 방안보다는 원유를 공급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폐연료봉 처리는 미국이 제3국으로 이전해 재처리함으로써 영구폐기하는 방안의 기술적 가능성을 주로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은 건식보관 등을 통해 북한내에 장기간 보관하는 방법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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