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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老母 살해의 사회病理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0대 아들이 生活苦로 노모를 모실 수 없게 되자 90 老母를 살해했다는 기막힌 사연을 듣는다.정말 오래 사는게 죄라는 생각이 들고,老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이든 사람들은 이런사건을 접할 때마다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
누가 나의 老後를 보장해줄 것인가.먼저 국가가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그러나 우리네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9.7%,선진국 수준의 4분의1정도다.노인복지 사업비란게 있지만 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렵사리 지정돼봤자 한달에 6만5천원의 지원을 받는다.2000년까지 복지예산을 해마다 20%씩 늘려보자더니 결과는도로아미타불이다.정부의 복지비중이 커져야 하겠지만 그것만 믿고노후를 의탁하기엔 전망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믿을 사람은 자신이나 가족밖에 없다.그러나 자신을 희생하고 자식만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온게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방식이었다.자신의 노후를 위해 무엇을 챙겨둘 형편이 못됐다.그런데도 자식들은 자기네 살림살이에 골몰해 늙은 부모를 돌볼여력이 없거나,여력이 있어도 核가족제가 보편화되면서 노부모를 모시는게 이젠 후진국의 낡은 遺習처럼 되어버렸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평생 봉사했지만 자신의 노후를 보장할 사람이 가족중에 아무도 없다는데 우리 가족제도의 고민과 슬픔이 있다.산업화.핵가족화에 따라 삶의 스타일은 바뀌었지만 家族觀과자식관은 그대로기 때문에 이런 불균형과 부조화가 계속된다.철저하게 핵가족화된 서양사회처럼 자녀 교육과 인생에 대해 거리감을두고 그들의 자립과 분리를 생각하며 자식을 키우고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지는 설계를 이젠 해야 한다.아니면 다시 종래의대가족제가 좋다는 발상으로 돌아 가 싱가포르식 孝道法을 제정하거나 가부장제로 환원하는 길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삶의 스타일도 바뀐만큼 핵가족시대에 맞는 자급자족형 가족관.자녀관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엉거주춤식 가족관이 아니라 분명한 가족관.자녀관을 우리 스스로 확립해나갈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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