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령 사돈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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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상철(41)씨 형제가 병원 운영 및 건립 추진과정에서 대통령과의 특수관계를 과시하며 모금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경찬씨가 운영했던 경기도 김포시 푸른솔 병원의 전직 직원 A씨는 6일 "지난해 1월 20일 병원 상무로 있던 민상철씨가 '내가 대통령 사돈인데 건강검진 센터를 짓는 데 40억원이 필요하다'며 대출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민경찬씨로부터 대출 요구를 받은 사채업자 L씨가 푸른솔 병원에 몰래 들러본 뒤 운영실태가 엉망인 것을 알고 퇴짜를 놓자 이번에는 동생 상철씨가 "내가 해보겠다"며 나섰다.

민상철씨는 "푸른솔 병원에 건강검진센터를 지으면 청와대나 정부종합청사 직원들의 정기종합검진 계약을 따낼 수 있어 흑자가 확실하다"고 선전했다고 한다. 또 상철씨는 "경기도 이천에도 병원을 지으려 하는데 인근 하이닉스 반도체 직원의 종합검진을 유치하면 하루 1천명씩 검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는 것이다.

閔씨 형제는 원래 40억원을 빌리면 30억원은 푸른솔 병원의 부채 상환에, 10억원은 이천 병원의 계약금조로 쓸 작정이었으나 L씨가 끝내 대출을 거부해 불발에 그쳤다고 한다.

또 병원 경영이 계속 어려워지던 지난해 3월 민경찬씨는 병원 간부회의에서 "자형(盧대통령 형 건평씨)이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텃밭을 팔아서라도 보태줄 테니 병원 문닫지 말고 버텨봐라'고 했으니 우리도 기다려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에 병원 직원들은 월급이 몇달씩 밀리면서도 막연히 청와대에서 도와주겠거니 하는 기대감을 갖고 사표를 못 냈다고 전했다.

A씨는 "이런 발언이 있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수사당국 관계자가 민경찬씨를 찾아왔었으며 나중에 閔씨에게 '무슨 말을 하고 갔느냐'고 묻자 閔씨는 '임기 초라 대통령 친인척들에게 주의를 준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민경찬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부채가 80억원에 달하고 신용불량 상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閔씨는 지난해 7월 보증금 5천만원, 월세 4백만원에 서울 서초동 S빌라 2층에 사무실을 얻은 뒤 호화가구로 치장하고 외제 BMW 승용차를 굴리는 등 과시욕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이천시에 제출한 병원신축계획서에 따르면 민경찬씨와 동업자 李씨는 의료직 20명, 간호직 1백40명 등 2백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2005년에만 총 1백67억여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임미진.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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