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미국 대학 교육 편협한 지도자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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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학의 잘못된 교육이 극도로 편협한 세계관을 지닌 지도자들을 키웠다. 그 '편협성' 때문에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대학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리처드 레빈(60.사진) 예일대 총장이 미국 지도자들의 편협성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대학의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개혁을 강조했다. 최근 영국을 방문한 레빈 총장은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그동안 수많은 지도자를 배출해 왔지만 이들이 다른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대학 국제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레빈 총장은 미국 지도자들이 국제무대에서 겪는 문제를 '이중성'으로 요약했다. 그는 "미국은 고립돼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를 민주화하겠다는 야심이 있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 지도자들이 일찍이 국제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지금의 미국은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레빈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을 가리켜 "9.11 테러 이후 중동 민주화에 보다 간섭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시 대통령은 예일대(역사학) 출신이다.

레빈 총장은 대학을 국제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3년 그가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 외국인은 전체 학생의 2%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로 크게 늘었다. 그는 9.11 이후 외국인 유학생 입학 신청자가 급감하자 2004년 5월 부시 대통령과 독대, 엄격한 비자 문제를 완화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레빈 총장은 또 모든 학부생에게 재학 중 한 학기라도 해외에서 수업받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연구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미국 학생에게는 다른 나라의 문화와 가치를 익히는 기회를 준다"고 설명했다. 또 "갈수록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는 개인의 성공적 삶을 위해서도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는 넓은 식견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그 누구도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레빈 총장=스탠퍼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와 예일대에서 각각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 경제학과 학과장, 대학원장을 거쳐 93년부터 15년째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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