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회, 횟집 수족관도 싱싱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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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이기수(가명·40)씨는 활어회를 좋아해 가족이나 회사 동료들과 자주 횟집을 찾는다.

하지만 횟집 수족관 앞을 지날 때면 하얀 거품과 배설물, 각종 분비물 찌꺼기들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고 불쾌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씨는 “회가 아무리 싱싱해도 수족관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하루 이틀만 지나도 ‘세균탱크’가 될 수 있다”면서 “수족관마다 정수기에 설치하는 소형 살균장치 같은 것을 의무적으로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층 서늘해진 늦가을과 함께 횟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지만 횟집 수족관에 대한 위생관리는 그만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횟집 수족관의 물 관리가 부실할 경우 비브리오균 등 각종 세균에 횟감용 물고기가 오염되고, 결국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온이 떨어졌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정부가 횟집 수족관의 물 관리에 관한 각종 기준규격을 신설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일선 횟집에 대한 위생실태 점검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선 횟집 수족관 물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리기준은 상당히 엄격해졌다. 수족관 물 관리와 함께 그동안 논란이 됐던 거품제거제, 일명 ‘소포제’에 대한 기준도 만들었다.

최근 식약청은 세균수로만 관리되고 있던 횟집 등의 수족관 물에 대해 대장균군 규격(1000이하/100mL)을 신설했다.

일반적으로 수질검사의 대표적인 항목으로 ‘일반세균과 대장균군’을 꼽는데 지금까지는 횟집 수족관 물에는 일반 세균 규격(10만 이하/1mL)만 있고 대장균군 기준은 없었다.

특히 대장균군은 먹는 물에서 병원성 세균의 오염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월 6일에는 거품제거제(소포제)의 사용기준도 새로 만들었다. 그 동안 일부 활어 도매상과 횟집 주인들이 활어의 배설물과 분비물 찌꺼기 때문에 생기는 거품을 없애기 위해 거품제거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포제들이 제조업체나 성분 표기가 안 돼 있는데다 정부가 정한 기준도 없어 인체에 대한 유해 여부를 알 수 없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특히 많은 횟집들이 수족관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 물을 자주 갈아주고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거품이나 찌꺼기만 제거하기 위해 소포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신설된 소포제에 대한 기준은 식품 및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 기준에 적합한 혼합물질로 이뤄져 있을 때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는 소포제도 조미료처럼 똑같은 식품첨가물로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규정만 엄격히 만들어놓고 정작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청과 지자체가 나서서 여름철 집중 위생실태 점검을 벌였지만 그 때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약발’이 금새 사라진다는 것.

서울 중계동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상(가명·51)씨는 “솔직히 단속기간에만 바짝 긴장하고 위생관리 좀 신경쓰면 별 탈 없다”면서 “소포제도 기준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시중에 팔리고 있는 물량은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바뀐 규정을 모르는 경우도 상당하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횟집 사장(46)은 “기준 규격만 강화하면 뭐하나? 정작 바뀐 줄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횟집을 운영하는 나도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식약청 관계자는 횟집 수족관의 수질보다 요리 과정에서의 위생관리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리사의 개인위생과 손, 칼, 도마, 행주 등 조리기구, 냉장·냉동고의 온도준수 여부 및 청소, 식자재 소독 등이 실제 횟집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등의 주된 원인라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달 모 방송사와 공동으로 횟집 위생관리 실태점검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횟집 수족관의 대장균군 기준 신설 후 일선 횟집에 대한 식약청의 위생실태 점검계획은 잡혀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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