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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 아르헨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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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르헨티나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이 확실시된다. 동시에 남편의 바통을 이어 받아 부인이 대통령이 되는 부부 승계 대통령이란 흔치 않은 기록도 세우게 된다. 외신들은 아르헨티나 국민이 투표에 나선 28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4) 상원의원이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57)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모든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녀가 다른 후보들을 24~27%포인트 차로 멀찍이 앞서 4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투표에서 45%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하거나, 2위 후보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서 40%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하면 바로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유권자들이 페르난데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때문이다. 그는 남편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겠다고 했다. 키르치네르가 집권한 2002년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붕괴돼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이듬해였다. 그의 집권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해마다 9%씩 성장했고, 위기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실업률은 2002년의 22%에서 올해 2분기엔 15년 만의 기록적으로 낮은 8.5%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에서 2006년까지 40% 늘었다.

여기에 에바 페론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외모와 강한 카리스마도 한몫했다. 그녀는 짙은 화장에 뾰족 구두, 화려한 옷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별명도 '에비타'다. 그녀 자신과 남편 모두 모두 페론당 소속에 지지 기반도 페론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빈곤층과 중하층 계급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남편의 정치적 성공을 외조한 카리스마 때문에 '남미의 힐러리 클린턴'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선거 기간 중 다른 후보들은 그녀가 늘어나는 인플레와 에너지난, 범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녀가 성형 수술을 받았고 겉만 번지르르 하다며 '보톡스의 여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무위로 끝났다. 그녀는 대선 기간 동안 고작 두 번 기자회견을 했고 토론회도 피했다. 나머지는 2001년과 비교해 지금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대선 광고에 의존했다.

현 정부가 페르난데스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제 수치를 조작했다는 비난도 나왔다. 2005년까지 현 대통령의 경제장관이었던 대선 후보 로베르토 라바그나(65)가 "실제 인플레율은 정부 발표의 두 배에 달한다"고 공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녀가 포퓰리스트면서 집권당에 권력을 집중하는 데 앞장서 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도 정부 재정을 바꿀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연방 판사 임용에 집권당이 좀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도 제정했다.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이 되면 아르헨티나에선 처음 여성이 선출직 대통령에 오르게 된다. 대통령 유고 시 자동 승계한 경우로는 74년 후안 페론이 사망한 뒤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페론의 세 번째 부인 이사벨 페론이 있었다.

최지영 기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중산층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남편 키르치네르와 국립 라플라타대 법학과에서 만나 사귄 '캠퍼스 커플'이었다. 89년 산타크루스주 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95년 처음 상원의원이 된 뒤 세 차례나 상원의원을 지냈을 정도로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정계에서 영향력이 컸다. 남편이 대통령이 된 것이 페르난데스 덕분이라는 얘기가 널리 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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