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천차만별 삐삐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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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6만7천9백원이면 최신형 삐삐를 내것으로.」 「3만2천원에삐삐를 드립니다.」 대학생인 K군(20)은 여자친구 생일선물로삐삐(무선호출기)를 사주기 위해 용산전자상가에 들렀다가 혼란에빠졌다.가게마다 고객을 끌기 위해 유리창에 요란하게 써붙인 삐삐가격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인 K군으로서는 평소 10만원대로 알고있던 삐삐를절반정도의 값으로 싸게 살수있다는게 우선 반가웠지만 아무리 전자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라 할지라도 한 제품값이3만원대에서 10만원대까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지 의아심이 생겼다. 이 가게 저 가게를 들러 따져본 결과 3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은 정상판매가 아닌 임대서비스 가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삐삐의 정상구입 소비자가격은 삼성.모토로라.컴팩社등의 제품이11만5천원(가입비 3만2천9백원포함)에서부터 최고 19만원까지 거의 모두가 10만원을 훨씬 넘었다.
그러나 임대서비스(1,2,3년 3종류)는 최초에 6만7천9백원(가입비 3만2천9백원 포함)을 내고 이외에 월사용료 9천5백원과 임대료 명목의 2천5백원(1년 임대경우)등 매달 1만2천원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또 2년계약일때는 월사용료외에 1천5백원을,3년계약일때는 1천원씩을 더내고 그 이후부터 재계약때는 매달 5천원만 더 지불하도록 돼 있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위드미」제품의 경우 정상가격으로 8만2천1백원(가입비 제외)에 파는 대신 대여가로 3만5천원을 받고 임대해준 뒤 매달 사용료로 2천5백원씩을 추가로 받고 있다.
그렇지만 임대회사는 1년동안 임대료명목의 3만원에 최초 대여가로 받은 3만5천원을 합해 실제 회수금액이 6만5천원이 되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여기에 감가상각비(5년 耐久年限 기준)로 1년분인 1만4천4백20원을 공제한다해도 삐삐의 잔존가치는 6만7천6백80원(정상가격 8만2천1백원에서 감가상각비 1만4천4백20원을 뺀 금액)이 남아 금융비용을 고려치 않을 경우 정상판매 때보다 대당무려 5만5백80원(임대회수금 6만5천원과 잔존가치 6만7천6백80원을 합한 금액에서 정상가격 8만2천1백원을 뺀 것)이나더 이득을 본 셈이 된다.
또 3만2천9백원짜리 임대서비스는 삐삐값을 받지 않고 가입비만 받는 경우인데 일반인보다는 다수의 수신기를 필요로 하는 법인.공인기관.각종단체를 대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는 거래형태다.임대회사는 이들에게도 일반인대상의 서비스와 마찬 가지로 매달사용료외에 추가비용을 부과해 수지를 맞추는 것이다.
K군은 값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된 6만7천9백원에 삐삐를 임대하기로 결정했으나 여자친구에게 사용료를 다른사람보다 매달 2천5백원을 더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할지 다시 고민에 빠졌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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