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29> 밥값 못하는 이사 어떻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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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20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우리 회사 이사 가운데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회의 시간에 발언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만장일치로 다시 선임됐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미국 뉴욕에서 한 독자가)

왕따로 무력화 시켜라

A:기업 내에서 밥만 축내는 이사 때문에 골머리 않는 사람이 당신뿐만이 아닙니다.

제 몫을 하는 이사가 많지만 그래도 상당수는 제 구실을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이사들은 무위도식하는 동료 한두 명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사람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게 시간 낭비이거나, 축출하는 게 야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사회 기능을 약화시키는 다섯 가지 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불법행위를 하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지극히 합법적이지만 조직을 좀먹는 이사들입니다.

우선 당신이 말한 유형부터 이야기해 보지요. ‘무위도식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런 유형 가운데는 자기 회사나 다른 기업의 이사회 활동으로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 군데 이사를 맡고 있지만 각 회사가 충분히 보상하지 않아 열성적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사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뒷방 노인 행세를 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보수 2만5000~10만 달러 정도를 받고 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수지맞는 일입니다. 명예 자체가 훌륭한 보상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이사회에서 시시콜콜 따지거나 경영자에게 도전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밥값 못하는 이사는 회사 입장에서 복장 터지지만 두 번째 유형보다는 덜 해롭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타협주의자’입니다. 이들은 집단소송이나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소송 등에 휘말려 자신이 다치는 것을 싫어합니다. 용기가 없는 인간들입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사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원칙을 포기하고서라도 타협하자는 쪽으로 이사회 분위기를 몰고 갑니다.

물론 이사회는 분쟁에서 타협점을 찾기도 해야 합니다. 시시콜콜 따지며 조직을 흔들지 말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사회가 분쟁을 조정하면 경영진과의 사이에 신뢰관계가 조성됩니다. 이런 신뢰관계가 있어야 경영자는 과감하게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비즈니스를 해나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유형은 ‘모사꾼’입니다. 이사회에서 조용히 앉아 있으며 눈치를 살피다가 대세를 따라갑니다. 이면에서 딴짓을 합니다. “이번에 당신을 도와줬으니 이제는 나를 위해~”라고 말하면서 개인적인 이익을 챙깁니다. 바람직한 이사회라면 뒷전에서 이익이나 챙기는 모사꾼을 제거합니다. 하지만 모사꾼이 경영위원회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이들은 끼리끼리 담합해 경영위원회를 장악해 버리곤 합니다. 이 그룹에 끼이지 못한 이사들은 소외됩니다. 경영진과 이사회 관계를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경영자들은 이사 한 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사회나 자기 세력을 위해 말하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훌륭한 이사는 비즈니스 연속성이나 전략 등 큼직큼직한 주제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네 번째 유형인 ‘시시콜콜형’은 자질구레한 일에 초점을 맞춥니다. 큰 판을 보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과 만나 한 산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경영진에게 전해주기보다는 보고서 문장의 토씨 등 시시콜콜한 점을 잡고 늘어집니다. 이사는 일상적인 업무지식이 아니라 통찰력과 지혜, 판단력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이지요.

다섯 번째 유형은 ‘허풍선이’입니다. 이사회에서 사안과 동떨어진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해외 토픽이나 아주 추상적인 사회 트렌드, 회사 역사 등을 들먹이며 자신의 현학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시시콜콜형과 마찬가지로 허풍선이는 이사회가 현안에 집중하는 데 걸림돌입니다. 동료 이사들의 진을 빼놓기 일쑤입니다. 당신이 밥만 축내는 두 명이 은퇴할 때까지 묵인하는 게 더 편합니다. 회사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을 때 원칙을 포기하며 무조건 타협하자는 사람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게 편합니다. 모사꾼과 시시콜콜형·허풍선이는 ‘왕따 전략’으로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사실 하나는 현대 기업 시스템에서 이사회가 제구실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쪽은 이사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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