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천안구간 4개노선 공동이용 철도 한곳사고땐 전체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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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갑작스런 비로 2백여m구간 철로가 물에 잠기고 일부가 유실되는 바람에 전국의 열차운행이 이틀간 중단.지연사태를 빚은 경부선 송탄역사고를 계기로 우리 철도망의 구조적 취약점과 운영의 문제점이 새롭게 부각됐다.
우리 철도는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간선노선 가운데 여객.화물수송에서 대종을 이루는 경부.호남.장항.전라 4개노선이 모두서울~天安간 철로를 이용하는 단선축 구조여서 이 구간에 사고가있을 경우 4개노선의 열차운행이 모두 영향을 받고 심한 경우 전국의 철도운행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침수사고가 난 오산~평택구간의 경우 하루 5백19편의 여객.화물열차가 5분간격으로 운행해 선로의 전면보수가 어려운데다 인근지역이 개발붐을 타고 시가지로 바뀌면서 배수관로등 정비가 시급한 형편이었는데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철도청간에 공사비부담을 놓고 2년 넘게 승강이만 하다 결국 사고를 부른 사실이 드러나 국가교통 대동맥의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구조취약=전국 여객.화물수송의 80%이상을 점하는 경부.호남.장항.전라 4개 철도노선이 서울~천안간 97.1㎞ 선로를 함께 쓰고 있다.그중 서울~수원 41.5㎞구간은 복복선,수원~천안구간은 복선이다.이때문에 이 구간에서 돌발사고 가 날 경우우회운행할 대체선로가 없어 전체 열차운행이 차질을 빚게 되며 이번 송탄역침수사고의 경우 28~29일 이틀간 4개노선 전열차가 연쇄지연사태를 빚었다.
특히 서울~천안구간 철로연변은 80년대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며 새로운 시가지가 형성되면서 과거 논.밭.임야이던 지역이 주택가로 바뀌어 자연배수가 차단되는 현상이 나타나 소나기성 폭우에도 자주 침수사고가 나고 있으며 이번 사고지점도 같은 성격의취약구간이었다.
◇운영 허술=송탄지역 경부선로 지하배수관들은 1905년 경부선 개설당시 설치된 지름 4백50㎜ 정도의 것들로 5㎜정도의 강우도 감당하기 힘들어 비만 오면 상습침수됐었고 집단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송탄시는 92년3월 장단 건널목에서 3백여m 떨어진 곳에 2백15가구가 사는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1백년 가까이된 낡은 배수관에 지름 9백㎜의 하수관을 무작정 연결시켜 버렸다.
철도청은 92년3월 수원보선사무소를 통해 아파트건설회사인 보성주택건설측에『대용량의 하수관을 무리하게 배수관에 연결해 철도노반의 침수가 예상되니 이를 즉각 다른 곳으로 이설하라』고 요청했고 건설회사측은『송탄시의 인가를 받은 이상 하 자가 없다』며 맞섰다.
2년여간 무려 16차례의 공문이 오가며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된 끝에 결국 주민들로부터 침수항의가 계속됐던 송탄시가 올4월6억5천만원을 부담해 95년 상반기까지 배수관을 확장키로 했다.그러나 송탄시와 철도청이 2년간 허송세월하는동 안 가을 장마가 닥쳤고 6억여원의 공사비를 아끼려다 결국 수십억원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불러온 것이다.
[松炭=洪炳基.羅賢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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