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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본우리동네>일원.개포.대치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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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강남의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학여울(鶴灘)근처에 형성된 마을이 逸院洞.開浦洞.大峙洞이다.양재천 남쪽의 일원동은 옛경기도 광주군 大旺面 일원리였다.지금은 일원이란 동명만 남고 면 이름은 이 지역 발전(大旺)과 함께 사라졌다 .일원이란 이름은 이곳에 서원이 있었고 또 大母山에 둘러싸여 조용히 지낼만하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개포동은 광주군 彦州面 盤浦里가서울시 개발과 함께 지역적 특성인 개펄을 한자로 옮긴 동명이다.대치동은 삼성동에서 넘어오는 큰재 밑에 있는 동네란 뜻이다.
이런 지명의 유래를 머리에 넣고 이 지역을 다시 살펴보자.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여울에는 홍학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그 학의 머리는 대모산이고 수서에서 서쪽 포이동에 이르는 작은 능선들은 바로 학의 날갯죽지에 해당한다.중동학교 근처와 개포고교 근방의 작은 봉우리들은 학의 알이다.그 알 을 대모산이아늑하게 품고 있다.
한폭의 동양화를 보여주는 이런 정도의 풍경이라면 가위 사대부들이 둥지를 틀고 살만하지 않은가.
큰재 밑에 역시 아늑하게 분지를 이룬 대치동은 뒤로 한강이 휘감아 돌아가고 동쪽은 백리가 시원하게 트여있다.
거기다가 앞산인 대모산은 큰 말의 형상을 지녔고, 그 아래 작은 산들은 교자(轎子;당상관 이상 관리가 타던 가마)로 주인의 출행을 기다리고 있다.이곳 또한 하늘이 만들어준 땅이다.
일원동과 개포동은 마을이 북향한 대지다.대모산이 탄천과 양재천을 양쪽에 끼고 북쪽으로 올라와 학여울에서 전체 판을 마감하고 있다.서쪽에서 나온 양재천과 동쪽에서 흘러온 탄천이 학여울에서 만나 북쪽으로 진출,한강을 만난다.한강과 만 나는 水口 양쪽에는 거북(龜)과 뱀(蛇)의 형상을 한 봉우리들이 막고 있어 물의 유속을 더디게 한다.풍수적 법도에 합법한 국을 이루고있다. 이에 반해 대치동은 남향판이다.양재천이 허리를 휘감고돌아가 탄천과 만나 한강으로 들어가는 것은 일원동 쪽과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곳 지형은 산과 물이 서로 반대로 흘러가고있다.이른바 山太極 水太極의 형세를 하고 있다.태극은 만물이 생성하는 힘의 근원이다.오랜 세월을 기다린 뒤 오늘날의 발전을가져온 것도 바로 이 힘에서 비롯됐다고 하겠다 .
그러나 어찌하랴.하늘이 준 땅을 인간이 개발하면서 그 속성을제대로 살리지 못했으니 안타까움이 구천에 사무친다.일원동과 개포동은 북향터라고 했다.따라서 이곳 구조물들(아파트나 일반주택)은 당연히 북향을 취해야 했다.그랬다면 案山은 물론 한강너머朝山들이 하나같이 이곳을 향해 도움을 주었을 터인데 굳이 외면한 까닭이 무엇인가.전통적인 남향집 선호도와 서양식 동남향 개발이 이같은 잘못을 범했다.
특히 일원동과 개포동은 그 성격상 학문과 관련있는 연구기관이나 대학들이 들어왔다면 금상첨화였을 곳이다.학의 기상은 물론 중중한 馬砂들이 그들의 앞날을 보장하고 또 눈앞에 펼쳐지는 수도 서울을 보며 국가의 장래를 구상하지 않았겠는가 .
현재의 상태에서 굳이 평을 하자면 남향대로(일종의 물길로 조래수가 된다)들이 재물은 안겨주겠지만,대지의 성격과 반대로 앉은 구조물들은 하극상의 어려움을 적지 않게 받을 수 있다.가정은 물론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이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치동은 남향판에 남향 구조물들이 들어있어 대지와 합법하다.
거기다가 위에 적술한 장점들이 이곳의 장래을 보장해 주고 있다.다만 案山이 너무 좋아 남자들에게는 처가의 위세가 드셀까 걱정이다. 여기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경우 구조물 배치에 유의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하나 지적하고 넘어가자.사람이 거주하는 건축물은 단정해야지 그 모양이 유별나서는 좋지 않다.
경복궁의 의젓함이나 남대문의 말쑥한 모습이 우리의 문화적 유산이다.아파트 단지내에서 앞 동이 어깨를 굽히고 내달리는 형상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서로들 감싸주고 안아주는 형세라면좋지만 뭔가를 숨기고 또는 내달리는 형상이라면 이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의 심성이 어찌 되겠는가.도시공학자나 건축업자들의 지혜를 당부한다.
***崔 濚 周〈문화1부장대우〉 〈도움말:수강 유종근씨.이수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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