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처녀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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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파수꾼은 본인 스스로 갖는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말이다.몽테뉴의 가르침을 따랐건 안 따랐건 간에 미혼여성이 40대에 이르도록 순결을 지켰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엄격한 인생을 살았다 는 이야기가 된다.청교도처럼 절제와 근엄 속에 산 여성이 건강진단중 처녀막 손상을 입었다면 재판을 걸 만도 하다.
여성입장에서 이런 송사를 벌인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통념상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런데도 피해 당사자는 보통 여성으로선 엄두도 못낼 법정투쟁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그러나 세상사람들은 흥미만점의 화젯거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용기 있는 처녀에 대한 박수는 접어둔채 통속적 시각에 의한 처녀막의금전적 가치론만 분분하다.순결의 상징을 파손한 의료진의 부주의와 과실에 대해서도 세속인심은 법원이 판결한 소액 배상금 이상으로 문제 삼으려 하지 않고 있다.
고소인이 입은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보상받는데 5백만원은 너무 적은 액수지만 그녀의 용기와 투쟁이 보여준 상징적 의미는 그에 비견할 것이 못된다.여성 본래의 수치심까지 버리고 순결의가치를 일깨워준 공로만 해도 그는 儒林界의 큰 표창대상이라 할것이다. 의학사전을 보면 처녀막은 고등동물에만 나타난다고 한다.그 막은 미개인보다 문명인이 더 얇다는 조사결과도 흥미롭다.
인체의학적 현상이 어떻든 그것이 순결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것은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순결을 헌신짝 취급하듯 하는 성개방 풍조가 만연하는 현대에서도 순결의 미덕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다.존엄한 처녀의 상징을소홀히 다룬 의료진의 책임문제가 시정인의 가십에 묻혀 적당히 넘어간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통속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여하튼 어느 누구도 이번 송사의 주인공에게 순결을 잃었다고 말할 수는없을 것이다.
〈本紙편집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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