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솔솔 … 투자는 뒷걸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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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내년 초까지는 순항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우리 경제는 연말로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 대로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 지속, 중국의 긴축정책 강화 등 대외적 돌발 변수가 없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 늘어 체감경기 좋아질 듯”=25일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1.4% 성장했다. 이는 2분기(1.8%)보다는 다소 둔화한 것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5.2%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6.3%)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이 희소식이다. 민간소비는 가정용품·가방과 같은 준내구재와 오락문화·금융보험 등 서비스 지출이 늘면서 전 분기보다 1.5% 성장했다. 전 분기의 0.8%보다 확대된 것이다.

한은 안길효 국민소득팀장은 “민간소비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 안팎에 이르기 때문에 민간소비가 늘어야 GDP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체감경기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석유와 화학제품의 부진으로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이는 2분기에 수출이 이례적으로 높은 성장률(5.2%)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대외 불안요인이 많아 4분기 경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수출과 소비가 괜찮아 연간 GDP 증가율은 당초 예상(4.5%)보다 높은 4%대 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민간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 계층의 소득이 많이 늘고,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부진은 여전=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광학기기 등 기계류 투자가 크게 줄면서 전 분기 대비 5.8%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토목건설 부진으로 전 분기보다 0.3% 줄었다. 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들면 당장은 몰라도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까먹게 된다.

GDP를 끌어올리고 있는 수출도 다소 불안하다.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경기침체나 중국의 긴축정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8월에 6.5%의 증가율을 보인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9월 이후에도 계속 높게 나타나고, 그로 인해 미국의 물가지수까지 높아지면 우리 수출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물가가 급등하면 미국은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은 한국의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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