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자율타결 관행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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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업 두달만에 勞使紛糾를 타결한 現代重工業 사태를 두고 끝이좋으면 다 좋다는 격언을 떠올릴 수 있을까.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물론 공권력 개입없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분규를 해결했고,노조가 無노동 無임금 원칙을 수용한 것은 아주 잘된 일이다.
파국 일보직전에 공권력이 개입,강제로 조업을 재개시키는 종전의해결방식보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활짝 웃는 화해에 도달하는 모습은 우선 보기에도 좋다.또 노조가 무노동 무임금을 수용한 것은노조운동의 遵法回歸를 예고하는 것 같아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달 남짓 동안의 극렬대치가 남긴 상처는 깊다.노조의폭력행사,勞-勞 충돌,경제적 손실,국민의 걱정 등은 해결할 길도 없고 보상도 받지 못한채 앙금으로 남았다.現重은 이번 사태로 약 3억달러의 수출손실,5천억~6천억원의 매 출손실을 보았다.특히 强性 노조의 무리한 파업돌입,실현불가능한 요구조건을 내걸며 사용자의 직장폐쇄철회에 호응하지 않은데따른 勞-勞분열등은 앞으로 화합분위기 조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것이다.
이번 분규해결이 有終의 美를 거뒀다는 평가를 듣자면 앞으로의사태진전이 좀더 긍정적이 돼야 한다.우선 現代重工業은 파업 단골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영원히 벗어 던져야 한다.이 회사는 88년부터 금년까지 노사분규를 거른 해가 없다.단지 양대 선거가 있었던 92년에만 분규가 없었을 뿐이다.노사가 모범적으로 공존공영의 길을 찾는 탈바꿈이 있어야 비로소 이번 진통을 계기로 교훈을 얻었다는 평가를 들을 것이다.
아울러 공권력 개입없이 遵法의 테두리로 마무리된 사태해결 방식이 그대로 노조운동의 慣行으로 굳어져야 한다.그렇게 되면 제3자 개입의 위법 가능성을 항상 띠고 있는 이른바 現總聯.大勞協.全勞協등의 위상도 크게 달라지리라 본다.이런 변화가 한걸음더 나아가 투쟁보다 실리위주의 노조운동을 촉진하고,산업평화 정착에 기여하게 된다면 現重 사태로 인한 진통은 비로소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할 것이다.두달여동안 국민을 걱정하게 하고 피곤하게 만든 노사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 각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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