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닝닝(?)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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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따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입맛을 당긴다.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끈후끈해지는 기분이다. 보통은 진한 맛이 우러나오는 진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국물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국물 맛이 뭐 이리 닝닝해!”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음식이 제 맛이 나지 않고 싱거울 때 ‘닝닝하다’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밍밍하다’가 맞는 말이다. “국이 너무 밍밍해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처럼 사용된다. “맥주는 좀 밍밍하니 소주를 마시자”에서와 같이 술이나 담배의 맛이 독하지 않고 싱거울 때에도 쓸 수 있다.

우리말은 음식 맛을 표현하는 어휘가 발달돼 있다. 싱거운 맛을 표현하는 낱말만도 ‘밍밍하다’ 외에 ‘심심하다’ ‘삼삼하다’ ‘맹맹하다’ 등 여러 단어가 존재한다.

‘심심하다’와 ‘삼삼하다’는 둘 다 ‘싱겁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어감과 의미가 약간 다르다. ‘심심하다’는 “국물을 심심하게 끓여라”에서와 같이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삼삼하다’는 “굴비는 간을 삼삼히 해야 맛있다”에서처럼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심심하다’가 그냥 조금 싱거운 정도를 뜻한다면 ‘삼삼하다’는 싱거우면서도 간이 적당히 밴 상태를 나타낸다. 우리말은 이렇게 표현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맛이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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