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CD 출판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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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백과사전하면 역시 브리태니카다.색인 3권을 합쳐 모두 32권,4천4백만단어다.무게 59㎏,일렬로 꽂으면 길이가 1.3여m,값은 최소한 1천5백달러다.이 방대한 덩치가 CD-ROM(기억전용 콤팩트 디스크)단 두 장에 수록돼 2백~3백 달러에 팔리게 된다면 이 출판계 공룡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브리태니카는 90년 총매상 6억5천만달러에 4천만달러의 稅後이익을 올렸다.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작년에는 자금이 달려 콤프턴 사업본부를 시카고 트리뷴에 5천7백만달러를 받고 팔아넘겼다.CD-ROM 출판혁명의 첫 희생자로 주목받고 있다.
브리태니카의 역사는 2백25년,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1768년 탄생했다.세일즈의 거장 윌리엄 벤턴이 1943년 운영을맡으면서 국제적으로 궤도에 올랐다.그는 시카고대학에 판매액의 3%를 로열티로 주고 편집자문을 맡겼다.
74년 그의 사망후 브리태니카는 윌리엄 벤턴재단 소유가 됐고현재 시카고대학은 이 재단의 유일한 수혜자다.「브리태니카 센터」는 시카고대학의 옛 상아탑이다.大英백과사전의 「大英」역시 이름만의 영광이다.
멀티미디어의 CD辭典은 말도 하고 그림도 보여주며 음악도 들려준다.마이크로 소프트의 CD백과「엔카차」에서 작곡가「베르디」를 찾으면 자료와 함께『라트라비아타』가 30초동안 흐른다.값은99달러.
첫 CD백과인 콤프턴이 히트하자 思想전집과 문학전집등이 꼬리를 문다.셰익스피어 CD전집은 희곡의 줄거리.등장인물은 물론 유명한 대사까지 발췌,색인돼 있다.브리태니카는 인스턴트식품같은이 전자출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그러나「전 자텍스트」의 시대는 성큼 달려오고 있다.
영어사전의 금자탑 20권짜리 옥스퍼드영어사전은 4백년 역사의옥스퍼드출판사의 긍지다.이 대작이 6장의 CD로 압축됐다.값은8백여달러다.다음판이 인쇄판으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컬럼비아백과사전은 작년에 5판을 찍으면서 종 이 인쇄판은 마지막임을 선언했다.베이컨은 화약.인쇄술.나침반이 인류의 3대 발명이라고 했다.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 이전 주된 지적 자산은 기억력이었다.전자메모리의 기억시대로 되돌아간다는 호들갑들이 전혀 엉뚱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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