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産災왕국서 세운무재해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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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산업안전은 이제 기업활동의 소극적인 분야가 아니라 생산성과 이미지를 좌우하는 척도로 등장했다.
올해 7월 11일로 무재해 목표의 25배인 8천3백93만시간을 달성해 국내 최고기록을 세운 삼성전자 구미1공장을 18일 돌아보고 바로 그같은 기업활동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삼성은 이 부문에서 현재 세계 1위인 일본 히타치공업의 1억1천6백24시간을 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韓日 양국이 무재해 기록을 놓고 이를테면 자존심경쟁을 벌이는셈이다. 현장에서 본 구미1공장은「안전은 곧 생산활동이다」라는구호를 말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널찍하고 쾌적한 작업장,소음.진동.먼지를 찾아볼수 없는 작업환경,일류호텔 수준의 청결도를 보여주는 화장실….
호텔이나 오피스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여느 생산현장의 근로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부심이 흘러넘친다. 전자식교환기.광섬유를 비롯한 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이 공장에서 프레스.절단.염소가스 작업등 유해.위험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또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아래 주문자들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레이아웃을 바꾸는데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도 무재해 기록을 위협하는 복병이다.
그러나 이 공장은 환경안전팀에게 안전성 평가를 통해 작업개시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과감한 정책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5인이상 사업장에서 9만2백88명이 산업재해를 당했고 이 가운데 2천2백10명이 사망했다.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4조3천6백27억원을 기록했다.
산재왕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를 씻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무재해 세계기록 도전은 계량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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