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북핵異見說 잠재우기-김대통령.클린턴 전화통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金泳三대통령과 클린턴 美國대통령이 17일오전 전화통화에서 북한핵 문제를 둘러싼 韓美공조를 재확인했다.
이날 통화는 클린턴 대통령이 金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제네바의 北-美3단계회담의 결과를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北-美관계개선이 남북관계의 진전보다 앞서나가지 않겠다는 약속도 있었고, 특별사찰등을 통한 북한의 과거핵 투명성이 보장돼야경수로 건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에『韓美 양 정상이 완전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발표도 나왔다.북한에 건설 될 경수로가 韓國型이어야 한다는데도 입장을 같이했다.
통화의 요체는「북한핵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韓美간에 異見이 없다」는 것과 韓美간「긴밀한 공조」도 다짐했다.적어도 그런 점을양국 국민에게 분명히 보여주는 효과를 기대했음이 틀림없다.
제네바 회담이 끝난 직후 미국내 일각에서는『북한의 과거핵 투명성을 보장받지 못했다』『11월의 중간선거를 의식해 미국정부가북한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양보만 한 게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한국에서는『우리 정부가 완전 배제됐다』『경수로 건설비용은 우리가 대부분 부담하는데 생색은 다른 나라가 내느냐』는 등의 비판이 일고있는 상태다.
심지어 李基澤民主黨대표는 16일『北-美회담에서 우리는 완전히소외됐다』며『클린턴대통령으로부터 전화 한번 못받으니 한심하다』고 정부에 비난을 퍼부었다.
韓美정상의 통화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이런 국내적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필요성도 있었던 것 같다.
클린턴대통령이『북한의 불안정성을 감안,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나『미국은 對北韓협상을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은 미국의 對北접근이 신중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의식한 발언이다.
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내의 이러한 분위기를 미국측에 전달했는데 이것도 클린턴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하게 만든 요인이 됐을 것이다.
이와함께 미국으로서는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배제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정부는 이번 제네바회담에 앞서 미국측에『북한에 지원할 경수로는 韓國型이어야 하며 과거 핵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었다.물론 北-美관계개선이 남북관계 진전보다앞서서는 곤란하다는 것은 6共이래 우리정부의 일 관된 입장이었다. 제네바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무엇하나 확실한 보장을받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강했다.과거핵투명성 확보를 위한 특별사찰문제나 한국형 경수로문제등 딱부러진 발표 없이 가능성으로만남겨놨을 뿐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과「외교창구」(북한은 외교대표부라 주장)개설에 합의해 주었다.
당연히 미국은 한국정부에 내용을 설명해주어야 할 입장이었다.
韓美공조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한국이 계속 제동을 걸거나 이의를 제기할 경우 미국으로서도 북한과의 회담을 임의로 풀어나가기 어■ 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정상간의 통화는 북한에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북한이 협상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싶어하는 한국이 北-美회담에서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韓美 정상간 24시간 상시전화체제 개설에 합의,지난해 연말 金대통령이 쌀시장 개방문제로 클린턴대통령과 첫 통화한 이후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韓美간의 공조확인,金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직전 韓美간 입장조율,金日成 사망직후 對 北정책협의 등 현안이 생길때마다 정상간 통화를 계속해왔다.이른바「핫라인 외교」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金斗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