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앓던 아이, 불러도 반응 없으면 '삼출성중이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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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준석이(4세)는 텔레비전 볼륨을 올리며 자꾸 앞으로 다가가는 일이 잦아졌다.

TV 시청 중엔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았지만 엄마는 너무 집중해서 그렇구나 생각하며 무심코 지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청력검사와 내시경 검사상 삼출성 중이염으로 진단됐고 집중력(?)의 원인은 청력감소로 판정됐다.

발음이 또렷하지 않고 혀 짧은 소리를 하던 민지(5세), 부모는 언어치료를 받으러 가기 전 혹시나 싶어 청력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을 들렀다.

역시 삼출성 중이염이었다. 말 배우는 중요한 시기에 반복되고 지속되는 중이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고 현재 양측 환기관 삽입 수술 후 청력에 호전을 보이며 발음교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날씨가 쌀쌀해져 감기가 잦은 요즘 이비인후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감기 끝에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급성 중이염은 통증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를 찾아 쉽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삼출성 중이염은 특이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오랜 기간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감기를 자주 앓는 어린이가 텔레비전을 가까이서 보거나 소리를 높이는 경우 또는 큰 소리로 말해야만 알아듣는 경우 의사표현이 힘든 유아에서는 귀를 두드리거나 자주 문지르는 행위를 할 때에는 청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삼출액을 동반한 중이염은 통증과 같은 급성 감염 증상 없이 중이에 체액이 고여 있는 상태로 흔히 귀속에 물이 차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이의 압력을 조절하는 이관(耳管)의 기능 저하가 원인이며 소아에서 흔한 선행질환으로는 감기를 비롯해 코 알레르기, 아데노이드 증식증, 축농증, 구개열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여아보다는 남아, 모유수유보다는 분유수유, 간접 흡연, 유전, 섬모운동장애, 다운 증후군 등이 삼출성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에 속한다.

보통 치료 후 한달쯤이면 급성 중이염을 앓은 어린이의 40%에서 중이에 체액이 남아 있고 10%는 3개월까지도 남아 있게 된다.

만일 항생제 투여와 정기적인 관찰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삼출액이 고여 있는 경우, 양측으로 청력감소가 심한 경우, 재발이 잦은 경우, 또 고막과 중이에 구조적인 손상이 동반되면 수술적인 요법, 즉 환기관(ventilation tube)삽입술이 필요하다.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부분의 어린이에서는 전신마취 하에서 시행해야 하지만 협조가 가능한 나이의 어린이는 외래에서 국소마취 하에 간단히 시행될 수 있다.

삼출성 중이염은 학령기전 아동들이 알게 모르게 최소 한번 이상 앓게 되는 흔한 질환이다. 간혹 적절하게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중이염으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잘 회복된다.

하지만 유소아기의 청각은 언어 및 지능 발달, 나아가 학습능력에도 깊은 관계가 있으며 어른에게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증의 청각 장애도 유소아에게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자녀들의 청력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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