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송진혁칼럼>정부는 설명 좀 하시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네바 北-美회담 결과는 큰 줄거리에서 분명 잘 되긴 잘 된것 같은데도 솔직히 말해 마음을 놓아도 괜찮은지,아직 마음놓긴이른지 확실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일견 北核문제가 이로써 해결의 길로 들어서고 韓半島에도 새 질서가 올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뜯어보면 미심쩍은 대목이 한 두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로서는 이런 경우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마음을 놓기도 하고 불안해 지기도 하는 법인데 정부 태도를봐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北-美회담 결과에 대해『평가한다』(외무부대변인)고 공식적으로 긍정적 입장을 보였고,외무장관도『하나의 진전』『進一步』라는 말로 신중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 평가가 나온 시간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노코멘트』라며 입을 다물었고 다른 관계자는『美國이 너무 양보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政治圈도 與野 모두 공식적으로는「긍정」인데 이구석 저구석에서는『韓國이 소외되고 있다』『정부가 질질 끌려가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제네바회담에 대한 평가를 두고 정부와 政治圈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결과적으로 국민 판단에도 혼란이 오고 있다.
이쯤 되면 정부가 나서서「교통정리」를 시도할 법도 한데 정부는 웬일인지 과묵하고 설명에 인색하기만 하다.고작『평가한다』거나『진일보』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내용을 모르는 국민은 더 궁금하고,혹 모르긴 정부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궁금하지만 설명이 없는 몇가지 例를 들어보자.
▲정부는 지금까지 北核 투명성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왔는데 이번에 투명성은 보장됐는가,아니면 앞으로 보장될 전망이 섰는가.
합의사항의 文面만 봐서는 이 점을 알 수가 없고 정부측 설명역시 모호하기 짝이 없다.
▲輕水爐는 과연 韓國型을 제공하게 되는가,아닌가.일부에서는 3조2천억원이라는 방대한 비용중 우리는 80%정도를 부담하는「봉」노릇만 하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정부는 역시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봉」혐의가 있는데도 경수 로 지원을 한다고 세금을 더 내라 하면 국민이 즐거워할 리가 없다.
▲先 南北관계 개선,後 北-美관계 개선이 韓美의 약속인데 이약속은 지켜질 것인가,아닌가.제네바회담에서는 南北관계 개선에 관해 어떤 대화가 오간 것인가.北.美는 이번에 서로 외교대표부인지 연락사무소인지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美國이 우리보다 먼저 平壤에 入城해도 괜찮은 것인가.
▲核-經協의 연계는 이제 풀 것인가,아닌가.
財界에서는 벌써부터 北韓시장을 美.日이 先占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고,정부가 核-經協 연계를 너무 硬直되게 밀고나갔다는 불만도 나온다.對北경제진출에 우리는 뒷북만 치는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이런 몇가지 例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궁금해 하는 기본적인 사항이다.갈루치나 姜錫柱에게 바로 물어볼 수도 없고 국민으로서는 정부로부터 설명을 듣는 수밖에 없다.
또 정부로서는 이런 국가 대사에 관한 국민의 의문에 대해 당연히 설명할 책임이 있다.정부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말 일이 아니다.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이런 국민의 궁금증을 물어보는 것은 의무이기도 한데 政治圈이 가만 있 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뭉개면 신뢰만 상실 그러나 회담 결과가 나온지 며칠이 지나도록 정부의 설명은 없다.설명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記者가 경제부처 官吏에게 이제 對北 經協은 풀리느냐고 물었더니 核문제 해석은 안보부처가 하니까 우리는 모른다고 대답하더란 記事가 있었다.
이로 미루어 정부에 아직 설명할 태세가 갖춰져 있지 않음은 분명한 것 같다.
외교 교섭은 우리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일정한 범위 내에서 국민도 알아야 한다.이번 제네바회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궁금증은 있는데 깔고 뭉개고만 있으면 정부 신뢰만 떨어질 뿐이다. 〈논설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