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총 부주석 "파업은 좋은 해법 아니다,노동자에 파업 호소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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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기업뿐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협상으로 풀어야지 파업은 좋은 해법이 못 된다. 우리는 노동자의 합법적 권익을 적극 옹호하지만 파업하자고 노동자에게 호소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유일한 전국 규모 노동자 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工會 :노조) 쑨춘란(孫春蘭ㆍ57ㆍ여ㆍ사진) 부주석 겸 당 서기가 밝힌 노사 갈등 해법이다.

쑨춘란은 17일 제17차 당 중국공산당 대회 미디어센터에서 중국의 노사문제, 노동자 권익 보호 활동을 주제로 내외신 기자들을 만났다. 쑨 부주석은 랴오닝(遼寧)성 안산(鞍山)시 방직공장 부공장장 출신으로 다롄(大連)시 서기를 거쳐 2005년 11월부터 총공회에서 일해왔다.

쑨 부주석은 바람직한 노사관계에 대해 “노사는 모순 관계가 아니므로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노동관련 법률에 단체행동권이 명시돼 있지 않은 데 대해선 “그렇다고 파업을 비롯해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법률도 없다”며 “우리의 이익에 맞지 않으니 (파업을) 수단으로 동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쑨 부주석은 중국 정부가 최근 노동자 권익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데 대해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에 따라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됐으니 이제 나머지(노동자)도 부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금 경쟁력 덕분에 고속 성장이 가능했던 중국이 노동관련 법률을 대폭 강화해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노동자 권익 강화 정책이 기업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촉진해 ‘윈-윈’하자는 것이므로 노조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중화총공회는 최근 몇년간 노조 설립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만 1334만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해 현재 노조원은 1억7000만명을 넘었다. 쑨 부서기는 “내년 하반기엔 노조 가입률을 70%까지 끌어올려 조합원수가 2억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공회는 중국의 민영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에도 노조 설립을 적극 압박해왔다. 노조 설립 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가 총공회의 압박으로 백기를 들었고 KFC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노조를 설립하고 있다.

총공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 중 8만3000개(전체의 54%)가 노조를 설립했고,이들 기업의 노조가입율은 55%를 넘었다.쑨 부주석은 “월마트가 노조 설립이후 노사 화합으로 경영 성과가 더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도 일부 외국인 투자기업의 대표들이 노조 설립을 꺼리지만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외국기업들은 중국 법에 따라 노동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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