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 미분양 사태 초래한 '반값 아파트' … 한나라당 "대국민 사기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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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주목받아 온 경기도 군포 부곡의 주공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놓고 이틀째 정치권이 격돌했다. 17일 건설교통부 국감에서는 책임 소재를 놓고 장내외에서 날 선 공방이 벌어졌고, 이날 오후에는 청와대까지 다시 가세했다.

◆"사기 아파트 분양"=한나라당은 특별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해 야당 정책을 흠집 냈다고 비판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처음 제안한 홍준표(한나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반값 아파트가 성공하려면 분양원가 공개, 토지 임대기간 40년 보장, 재건축 권리 보장 등의 10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며 "이런 장치를 마련했다면 분양면적 111㎡ 기준으로 월 토지임대료는 20만원(현재 같은 평형의 군포 부곡지구 토지임대료는 월 42만5000원) 정도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공유지가 많은 송파 신도시를 제쳐두고 사유지가 대부분인 군포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정부가 성의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비난했다.

김석준(한나라당) 의원도 토지임대부 주택의 땅값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임대'가 아닌 '분양' 기준을 적용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원래 국.공유지에 많이 세워 땅값 부담을 덜어 주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반값 아파트가 정치상품이냐"=여당은 반격에 나섰다. 건교위 신당 법률소위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은 정치적 의욕만을 앞세워 반값 아파트를 정치상품화하는 것을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신당 간사인 정장선 의원은 "우리 당은 한나라당의 토지임대부 주택뿐 아니라 옛 열린우리당이 제안한 환매조건부 주택도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용적률을 400~1500%까지 올리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정부는 처음부터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반값이란 표현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시범사업을 먼저 해 보고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청와대, 반값 아파트 백지화 검토=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틀째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천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분양가가 반값이 안 돼서 실패한 것이라고 하지만 저희 입장은 반값에 분양가를 맞춘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3순위 분양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인 검토를 하겠지만, 분양과 임대의 중간 형식보다는 임대 아파트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해 반값 아파트의 백지화를 시사했다.

천 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대통합민주신당 강창일 의원은 "국회가 아직 법으로 강제하지도 않은 반값 아파트 사업을 정부가 자발적으로 수용해 놓고 이제 와서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박승희.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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