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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준비 대학들 거센 반발 … 3곳 중 2곳 탈락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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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7일 "2009년 3월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첫해 총입학정원을 1500명으로 정했다"고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 김 부총리는 "일본과 같은 로스쿨 낭인(浪人)을 없애기 위해 정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2010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500명을 늘려 2013년에는 전체 로스쿨 입학 정원을 총 200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말했다. 3년 과정의 로스쿨이 도입되면 현행 사법시험은 2013년까지만 유지되고 2014년부터 폐지된다.

하지만 이날 국회교육위 교육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의원 대부분은 "2000~2500명"으로 확대를 요구했다. 권철현 국회교육위원장(한나라당)은 "총정원은 민감한 사안으로 충분히 검토해 26일 다시 보고하라"며 교육부안을 거부했다. 총정원을 3000명 이상 요구해 온 대다수 대학과 시민단체들도 "로스쿨 신청을 보이콧하겠다"며 반발했다. 전국 97개 법과대 가운데 스쿨 유치에 뛰어든 43곳(교육부 잠정 추정치)의 3분 2 정도가 탈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18일 긴급 총장단 회의를 열고 정부에 공식 항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김 부총리의 발표를 환영했다.

◆대학들 "보이콧하겠다"=로스쿨 준비 대학들은 그동안 법학관 신축과 교수 채용 등에 25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정원이 예상보다 적게 정해지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후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과 국립대총장협의회 고충석(제주대 총장) 총장은 국감이 열리고 있는 교육부 청사를 긴급 항의방문했다. 손 회장은 복도에서 김 부총리와 마주치자 "이대로 가면 민란이 일어난다. 대학들이 요구한 총정원 3200명은 향후 변호사 배출 수, 법률시장 규모 등을 바탕으로 정확히 시뮬레이션해 나온 숫자"라고 주장했다. 긴급히 작성한 성명서를 들고 온 고 회장은 "로스쿨 신청 보이콧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법학교수회 이기수(고려대 법대 교수) 회장은 "1500명은 말도 안 되는 숫자"라며 "교수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법대학장협의회 장재옥(중앙대 법대 학장) 회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최소 3000명 이상이 필요한데 정부가 망국으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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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못 받아들인다"=로스쿨 총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한 뒤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보고에서 "그동안 충분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교육위 소속 대통합민주신당 이은영 의원은 "교육부가 법무부와 법원 의견만을 대변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국민에게 필요한 법률 서비스와 변호사 수요를 감안해 총정원이 2000~2500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도 "교육부는 현황을 제대로 다시 분석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김 부총리는 "최종 보고사안"이라고 주장하다 "26일 다시 보고하겠다"고 물러섰다. 권철현 위원장은 "로스쿨 정원이 너무 적으면 인재 양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교육부가 정원을 조정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몇 개 대나 선정될까=2009학년도 첫해 총입학정원이 1500명으로 결정되면 로스쿨 유치 대학은 15곳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로스쿨법 시행령에는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을 최대 150명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인가 신청 접수는 11월 중 시작되고 개별 인가 대학과 정원은 내년 1월까지 최종 결정된다.

대학 간에는 미묘한 입장 차가 있다. 연간 사법시험 합격자(1000명)의 65% 이상을 배출하는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과 그 뒤를 잇는 성균관대.이화여대 등 5개 대는 총정원보다는 대학별 정원에 더 관심이 있다. 로스쿨 지정 안정권에 들었다고 보고 150명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들 대학에 150명을 배정하면 첫해 총 정원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결국 나머지 750명을 놓고 한국외대.한양대.건국대.인하대 등 사립대와 부산대.동아대 등 지방 국.사립대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들 대학에 50~120명을 배정할 경우 최대 10곳에 불과하다. 첫해에는 상위권 5개 대와 지방대를 합쳐도 15~16곳 이상이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0년부터 '재수'를 하더라도 '합격' 대학은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전망이다. 결국 2013년까지 2000명이 모두 배정돼도 로스쿨 유치 대학은 20곳 전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양영유.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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