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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급한 원어민 교사 검증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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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가장 큰 문제는 검증 시스템 부재에 있다. 조기 영어 교육 붐으로 원어민 교사가 절대 부족하다 보니, 실력·자격 등을 확인하지 않고 채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니 학교까지 파렴치범을 교사로 임용하고, 무자격자를 채용하는 학원들도 많다고 한다.

손 놓고 있는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현재는 자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지난해는 미국에서 어린 소녀를 성폭행 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미국인이 국내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제 많은 원어민 강사를 알 수 있는 길은 한국 원어민강사 리크루팅협회가 학원 등으로부터 받아 홈페이지에 공개한 블랙리스트뿐이다. 그래도 범죄 사실은 알기 힘들다. 이래서야 어떻게 안심하고 우리 자녀 교육을 맡길 수 있겠는가.

정부는 외국과의 정보 교류가 없어 범죄 사실을 알 수 없다고 설명하나, 무책임하다. 교사·강사 취업 비자를 발급할 때 범죄 사실이 없음을 증명토록 하는 등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민간에만 맡겨둘 것인가. 지역 교육청도 자격 심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원어민 교사 자격과 정부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빨리 만들길 바란다. 그래야 대다수 선량한 원어민 교사들까지 불신받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모든 고교 졸업생이 영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원어민 교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실효성 있는 공급 계획과 검증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