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말이지 李럴수가… 국감 첫날 곳곳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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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의 연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개의도 하지 못한 채 파행했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 발생한 이명박 후보 의혹관련 국정감사 증인채택 날치기통과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박병석 위원장의 사퇴와 불법증인 채택 무효 등을 주장하면서 위원장석을 점거했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도 이에 맞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양당 의원들간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이들의 몸싸움은 10여분간 계속됐다. 이로 인해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 국정감사는 수포로 돌아갔다.

국감 증언을 위해 출석한 이들 기관장과 직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싸움을 망연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도 파행을 겪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건강보험료 소액납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 간에 공방이 펼쳐져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백원우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175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건강보험료는 불과 1만3160만원 밖에 내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분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감장을 정치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김태홍 위원장이 감사 중지를 선언하고, 정회를 선포했다.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도 증인채택을 두고 충돌했다.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최규식 의원은 상암동 DMC 특혜의혹 사건을 “봉이 김선달 뺨치는 사건”이라며 “사업자 선정부터 전과정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최고 책임자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상암동 DMC는 이미 고건 전 시장시절 시작됐기 때문에 고 전 시장부터 짚어가야 하는 것이고 특히 지난해 여당 의원들이 질의해 재탕삼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돌연 “앞으로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를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005년 당시 벤처사업가인 정영호 씨가 국가청렴위원회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전주 월드컵파에서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며 “전주월드컵파가 갖은 폭력 등으로 벤처기업을 인수하는데 그 과정에 정치권의 많은 인사들이 동원된 것으로 등장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의 증인채택 여부는 양당 간사에게 일임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국정감사 첫날부터 계속되고 있는 각 상임위별 국감 파행의 근원지에는 이명박, 정동영 두 유력 대선후보가 자리하고 있다.

대선과 맞물린 이번 국감이 국정운영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바로잡는다는 국정감사 본연의 기능보다는 대선후보 검증에 쏠리면서 ‘파행 국감’을 예고하고 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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