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가족 사랑이 어떤 건지, 아이들이 더 잘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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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당탕 꾸러기 삼남매
강무홍 글, 박윤희 그림,
시공주니어,
92쪽, 7000원,
초등 저학년

많아야 둘. 외동아이가 보통인 요즘. ‘아이 셋은 부의 상징’이라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로 삼남매는 흔치 않다. 『우당탕 꾸러기 삼남매』에는 ‘미운 일곱살’ 즈음의 세 아이가 자란다. “나는 아빠와 텔레파시가 통한다”며 자랑하는 맏형은 생각이 어른스럽다. 집안 분위기의 미묘한 변화를 느끼고,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읽어내는 조숙한 맏이다. 투박스러운 행동으로 가끔 좌충우돌 사건을 벌이지만 아이다운 미숙함에 웃음이 난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는 전형적인 ‘둘째 증후군’이다. 똑같이 나눠가져도 좋은 것은 왠지 형에게 가는 것 같고,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은 동생에게 빼앗긴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야단치는 엄마더러 “엄마는 계모”라고 소리 지르고, 형에게만 새 운동화를 사주자 삐쳐 집을 나가버리는 말썽꾸러기다. 하지만 배가 아파 화장실 문고리에 매달리는 큰형에 아랑곳없이 ‘생각의 똥’을 이야기하는 둘째에게는 언뜻 철학자의 모습이 어린다. 책을 보거나 새로운 걸 알게 되면 생각도 똥을 눠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마음이 건강해진다며. 힘들어하는 부모의 모습에 가슴 아팠던 아이가 자기만의 방어기제를 택한 것이리라.

막내딸 아란이는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화자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옥희’가 그랬듯 시종일관 천진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 곁에서 토닥여 주는 아빠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고 싶지 않아 잠을 못 자겠다는 아이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이 책은 한 가족의 성장동화다. 힘든 순간을 맞닥뜨린 가족은 함께 산을 넘으며 사랑의 결속을 한층 단단하게 다진다.

실직으로 주저 앉은 아빠에게, 생활고에 찌든 엄마에게 아이들은 엔도르핀과 다름 없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던 영국 시인 워즈워드의 마음과 같다.

작가는 아이의 입을 빌려 말한다. “가족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이 가는 거야.” 겨울 밤, 노곤한 몸에 스며드는 온돌방의 따듯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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