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OB가 이글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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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까지 겹쳐 6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최경주가 9번 홀 그린에서 신중하게 퍼팅라인을 읽고 있다. [용인=뉴시스]


세계 정상급 선수에게 운까지 따라줬다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
 세계랭킹 톱10으로 금의환향한 최경주(나이키골프)가 국내 대회에서도 뭔가 보여줬다. 11일 경기도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남코스(파72·7544야드)에서 벌어진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에서 최경주는 6언더파 6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버디 6개에 이글도 1개를 잡았다. 보기는 2개였다.

 이날 최경주의 가장 좋은 결과는 가장 나쁜 샷에서 나왔다. 파 5인 14번 홀(519야드), 최경주의 티샷은 왼쪽으로 날아갔다. “페이드를 치려 했는데 공이 휘지 않고 똑바로 갔다”고 최경주는 말했다. 공은 카트 도로를 맞고 크게 튀었다. 아웃 오브 바운스(OB)가 되는 볼이었으나 마침 지나가던 전동카트를 맞고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왔다.
 2타를 잃을 위기를 넘긴 것은 물론이고, 공이 카트 길에 크게 튀는 바람에 오히려 거리에서 이득을 봤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98야드. 최경주는 4번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 핀 옆 3.6m에 붙인 뒤 가볍게 이글을 잡았다. 최소한 3타 이상 이득을 보는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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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경주는 이런 행운과 불운을 모두 경험하면서 세계 톱10까지 진입했다. 2004년에는 우승을 노리던 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포어캐디가 벙커에 빠진 공을 못 보는 바람에 로스트 처리돼 2타를 손해보고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은 적도 있다.

 이날 가장 어려운 파 4홀인 17번 홀(490야드)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졌으나 210야드 남은 거리에서 5번 아이언으로 그린 구석의 핀 옆에 공을 세워 버디를 잡는 장면은 행운과 불운을 모두 이겨낸 최경주의 실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같은 조에서 경기한 괴물 신인 김경태(신한은행)는 “러프에서 5번 아이언으로 공을 세운 것은 불가사의한 샷이었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3언더파를 쳐 무난하게 출발했다. 최경주는 김경태에 대해 “심플하게 공을 치고 쇼트게임과 퍼팅은 나보다 훨씬 낫다”며 “(그러나)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나보다 드라이버로 5야드 정도는 더 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장타 대회에서 406야드로 우승한 박성호(17·제주관광산업고 3)는 중앙일보 보도(9월 20일자 30면)를 본 주최 측(신한은행)의 초청으로 출전했으나 13오버파 85타로 부진했다. 그러나 2번 아이언으로도 동반자의 드라이버 거리 이상을 치는 장타를 자랑했다.

 석종률(캘러웨이)과 안주환(테일러메이드) 등 4명이 5언더파 공동 2위고, 세계랭킹 3위 짐 퓨릭(미국)은 1언더파를 쳤다.

용인=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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