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작가 PC통신이용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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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PC통신망에 명함을 내미는 작가들은 대부분 문학과 깊은 인연을 맺지 않은 사람들이다.지난 18일 발표된「하이텔 문학상」詩부문에 당선된 李載殷씨(46)는 경기大 경제학과 교수다.李교수의 작품「낙산 바닷가에서」는 지난 봄 학생들과 수 학여행을 갔을 때 지은 것.
李교수에 따르면 원래 응모를 목적으로 시를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단지 때때로 시를 쓰던 습관에 따라 펜을 놀렸을 뿐이고 이를 읽은 친구의 권유로 「장난삼아」응모했다는 것이다.
李교수는 그래도 가끔씩 글을 써보곤 했던 경우.그러나 완전한문학초보자가 하이텔에서 빛을 낸 경우도 있다.
서울大 화공과 4년 李宗原군(22)이 대표적인 예.『알케미 82→79』라는 과학추리소설로 하이텔문학상을 수상한 李군은 이것이 처음 써본 글이란다.그는『그저 심심해서 한번 써 봤던 것뿐』이라며『많은 사람들이 PC통신상으로「재미있다 」고 했지만 상을 받을줄은 몰랐다』고 했다.
희한한 이유로 글을 쓰게 된 사람도 있다.현재 하이텔상에『일본살인여행』이란 추리소설을 번역,연재하고 있는 金庸民씨(37)는 자칭「컴맹세대」.그는 『컴퓨터와 친해지려면 컴퓨터 앞에 오래 붙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한참 자판을 두드리며 컴퓨터를 익히고 또 그렇게 쓴 글을 남들이 읽어주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기』라고 문학활동(?)의 이유를 밝혔다.이들 PC통신 작가의 보다 많은 「손님」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대단하다.
***「매춘일기」등 인기 鄭種英씨(26.회사원)는 하이텔에「매춘일기」라는,누구나 한번쯤 그 내용을 엿보고 싶은 제목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그는『기왕 글을 쓸 바엔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람을 끌려면 무엇보다 제목이 눈에 띄어야 한다』 고 했다.
통신망상에서 많은 팬을 확보한 작가에게는 출판사에서 앞을 다투어 손길을 뻗친다.베스트 셀러『퇴마록』을 출간한 李愚赫씨(29),『스핑크스의 저주』『우먼큐』등을 지은 李誠洙씨(26)등이그 예. 그러나 이들도 문학에는 별 관심이 없던 공학도들이다.
***애독자층 두꺼워 이렇게 PC통신 문학가들이 속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름대로의 독자층이 형성돼 있기 때문.PC통신 소설의 한 애독자는『이들의 글은 깔끔한 맥주라기 보다는 텁텁한막걸리』라며 『포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마음을 끌기도 하고 또 무엇 보다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다』고「PC통신 도서관」을 자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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