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형식 깬 '파격 발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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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들이 1500여 석을 가득 채운 경기도 안산 문화예술전당에 이 후보가 도착한 것은 오후 2시쯤. 그는 정장 대신 감색 재킷과 베이지색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이 후보를 맞는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공동선대위원장들도 한결같이 가벼운 점퍼나 재킷 차림이었다. 강 대표는 "전쟁 하러 나가자는 자리인 만큼 편한 '전투복'을 입기로 약속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식순도 독특했다. 당기 입장, 국민의례로 이어지며 여느 행사처럼 흘러가던 행사 분위기는 이 후보가 연단에 오르면서 확 바뀌었다.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올라온 이 후보는 무선 마이크를 들고 연설대 앞으로 나가 선대위 인사들을 직접 소개했다. 중간중간 "이제 연세가 고작 78세시다"(이윤구 국민통합특별위원장에게)라거나 "임기가 내년까지인 대학 총장 자리도 그만두고 오셨다"(윤진식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에게)는 등의 짧고 재미있는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이처럼 행사의 주인공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는 형식은 다국적 기업의 기업소개(IR) 행사나 미국 정당들의 전당대회에서 볼 수 있는 진행 방식이다. 행사를 기획한 정병국 미디어홍보기획단장은 "기존 정치인들이 아닌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 대선을 치르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발대식도 '여의도 방식'에서 탈피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충청권 표심 공략을 위해 선대위 발족식을 천안에서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선 후보 선출대회를 여는 국민중심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행사장을 안산으로 옮겼다. 정병국 단장은 "이번 행사로 대선 후보 출정식은 반드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고 덧붙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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