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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후 "저를 기억해주세요" 애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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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평가시험(SAT)·고교 내신성적(GPA)·에세이 외에 '감사 쪽지'(thank-you note)가 대입을 준비하는 미국 고교생들의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다고 뉴욕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입학 사무처에 수십명의 입학사정관이 상주하는데, 이들이 각 고교를 돌면서 학생들과 면담을 하거나 대학 캠퍼스를 찾는 학생들의 투어를 맡는다. 이후 지망 학생들의 원서를 읽고 사정위원회를 구성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도 한다. 고교생들이 바로 이들 사정관에게 면담이나 투어를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는 카드나 편지를 보내 입학 사정시 긍정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리하이대의 J 리온 워싱턴 입학처장은 "감사 쪽지를 보내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 요즘은 하루에 50~60통씩 받는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상징색인 갈색과 흰색 M&M 초콜릿을 동봉하곤 "원서를 심사할 때 제 이름을 꼭 기억해주세요"라고 애교 섞인 문구를 덧붙인 여학생도 있다고 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소재 퍼만 대의 우디 오케인 입학처장은 "매년 수천통의 감사 쪽지를 받는다"면서 "고교의 대입 상담 교사들이 입학 서류에 첨부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감사 쪽지를 쓰라고 독려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프린스턴대와 윌리엄스 칼리지(매사추세츠주)는 학생들이 보낸 감사 쪽지를 입학 원서와 함께 보관한다. 프린스턴대 재닛 L 라플라이 입학처장은 "감사 쪽지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쪽지 받는 걸 좋아한다"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은 사랑스러운 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쪽지가 입학 결정을 뒤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감사 쪽지를 입학 사정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대·존스홉킨스대·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은 학생들이 쪽지를 보내면 읽어본 뒤 폐기한다고 밝혔다.

감사 쪽지가 미국 대입의 새 풍속도로 등장하면서 부모들도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쪽지에 적을 문구를 어떻게 할지, 컴퓨터로 입력하는 것과 손으로 쓰는 것 중 어느 쪽이 낳을지 등을 놓고 자녀와 적잖은 의견 대립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부모가 직접 감사 쪽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퍼만대의 오케인 처장은 최근 "캠퍼스 투어가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자기네 아들이 훌륭한 학생이라고 추켜세우는 학부모의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의 대입 상담 교사들도 숙제거리가 생긴 셈이다. 메릴랜드주 제이독 매그루더 고교의 상담교사인 메리 피제랄드 헐은 "올해 처음으로 학생들이 감사 쪽지에 쓸 만한 샘플 문구를 알려달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돋보일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시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대학 입학처장들에겐 감사 쪽지를 쓰면서 대입 추천서를 써주는 고교 상담교사들에겐 한 통의 쪽지도 보내지 않는다"라면서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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