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몰라도 국제전화 자유롭게 자동통역기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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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외국어를 몰라도 외국인과 국제전화를 자유롭게 하고 호텔예약등을 할 수 없을까.』 외국어에 서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같은「꿈같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그러나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은 자동통역전화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통신을 비롯,美國.日本등 각국의 통신회사들이 경쟁적으로자동통역기 개발에 나서고 있어 2000년대 초에는 외국 여행을떠나기 앞서 호텔을 예약하거나 비행기표를 미리 사는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각국이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개발중인 국제자동통역기는 상대국의 언어를 모르는 두 사람이 통화할 때 전화국에 각각 설치된 자동통역기가 통역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한국 사람이 미국 호텔에 전화를 걸면 미국 호텔 관계자가 영어로 말을 해도 이쪽에서는 명확한 우리 말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말은 자동통역기가 받아 영어로 미국인에게 전해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가 최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韓日시험자동통역기는 호텔예약에 관한 한정적인 韓日양국간의언어만을 번역하도록 고안된 것.
그러나 이 기기의 개발은 완벽한 자동통역기 개발 가능성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서 자동통역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金會麟선임연구원은『기계가 어떤 사람의 말이라도 알아듣고 통역해주는 완벽한 통역기의 개발은 2000년대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 개발한 시험기기처럼 호텔예약등 특정 분 야의 경우 수년안에 실용화한다는 계획으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美國 최대의 통신회사 AT&T에서도 자동통역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것과 같은 시험제품을91년 선보였고 英國의 브리티시 텔레콤(BT)도 역시 87년에초보적인 자동통역기를 개발했다.
日本의 국제전화제공회사인 KDD는 우리나라의 한국통신과 공동으로 이 기기를 개발중이다.
외국의 경우도 현재는 우리나라보다 크게 앞서지 않은 수준에서자동통역기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개발중인 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는 2000년대에는 상대국의 말을 몰라도 세계 어느 나라 사람과도 자유롭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면 외국인과의 대화를 통역해줄 수 있는 휴대용 多國語 음성인식컴퓨터의 출현도 예상된다.외국어를 모르는데서 겪는 불편이 컴퓨터의 발달로 말끔히 해소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朴邦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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