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열전>감성소비패턴-멋.개성강조 지프차등 重厚한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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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니社의「워크맨열풍」이 日本열도를 뒤덮고 있던 82년2월 日本經濟新聞은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말을 등장시키며 산업의 변화상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아울러 그들은 70년대를 중후장대(重厚長大)의 시대로 규정짓고,『80년대의 소비자들은 더이상 무겁고,두껍고,길고,큰 것을선호하지 않으며 오히려 가볍고,얇고,짧고,작은 것을 찾게 됐다』고 적었다.
단 네음절에 불과했지만 이말은『시대의 흐름을 꿰뚫은 키워드』라는 찬사속에 日本.美國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경제.경영.사회의 핵심단어로 자리잡았고,실제로 소형화되고 간편해진 상품들이 줄을 이었다.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육중한 장롱이나 전축은 붙박이장과 미니컴포넌트에 밀려났고 인스턴트식품과 1회용제품들도 홍수를 이뤘다. 특히 산업의 쌀로 일컬어진 반도체와 1분1초를 다툴 정도로바빠진 현대인의 생활상이 輕薄短小의 추세를 가속화시켰고 자연히기업들의 마케팅활동에서도 간단함과 편리함이 핵심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X세대」의 소비패턴에서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있듯이 輕薄短小의 원칙은 이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理性과 合理대신에 색상.디자인.이미지.개성등을 강조하는 감성적인 요소가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미니컴포넌트대신에 대형스크린의 텔레비전.AV시스템과 같은 巨物들이 등장하고,프라이드와 티코 대신에 지프들이 도심을 누비고있다.젊은 남자들은 사용하기 편리한 전자.가스라이터나 자동카메라를 제쳐두고 석유냄새나는 골동품인「지포라이터」 나 수동카메라에 눈을 돌리는가하면 젊은 여자들은 선물을 사면서 선물값과 비슷한 돈을 선물포장에 들여가며 겉치레에 신경을 쓴다.음료수는 아예 맛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에염두를 둔 상품이 돼버렸다.
이같은 흐름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日本은 이미 80년대 후반 이를「美.遊.潤.創」이라 규정짓고 더 아름답고,즐겁고,윤택하고,창조적인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국내기업들이「感性마케팅」이라는 큰 범주를 새로 설정하고,이에따른 상품개발.광고전략에 열중하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맥락이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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