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할 말 한다 강조하자 김정일 의기 투합 … 회담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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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일정 사흘째인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 환송 오찬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 오전엔 좀 힘들었습니다. 오후 가니까 좀 잘 풀렸습니다.…(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말이 좀 통합디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남북 정상회담 대국민보고에서 한 말이다. 어렵게 진행되던 회담이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고 말이 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한 인사는 "두 정상 간에 일어난 '자주 논쟁'이 회담이 잘 풀리는 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수행원에 따르면 오전 회담 후반부 통일 문제와 관련해 '우리 민족끼리'를 고집하는 김 위원장에게 노 대통령은 "세계화 시대에 절대적 자주는 어렵다"고 맞섰다.

노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처럼 잘사는 나라들도 혼자서는 못하고 국제협력을 하지 않느냐"며 "자주에도 여러 수준이 있다. 자주를 경직되게만 보지 말고 국제협력과 연결시키자"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수행원은 또 "노 대통령이 작전통수권 환수나 용산 기지 이전을 예로 들어 우리도 미국에 할 말은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러자 김 위원장이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관심을 표시했고 서로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노 대통령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논쟁이 오간 뒤 오후에 속개된 회담에서 평화 관련 의제들은 비교적 쉽게 풀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 조항 서로 표현 달라=한편 정부가 이산가족 상시화에 합의한 조항이라고 발표한 2007 남북정상선언 제7항을 남북이 각각 서로 다른 용어를 명기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남측이 발표한 선언문에는 "금강산 면회소가 완공되는 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로 돼 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선언문에는 '상시적'이란 말 대신 '정상적'이란 표현으로 바뀌어져 있다.

1992년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펴낸 '조선말 대사전'에는 '정상적'은 '제대로이거나 바로인 (것)'으로 풀이돼 있다. 반면 '상시적'이란 단어는 '늘 하거나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상시화에 합의한 것이라면 굳이 '정상적'이란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공동선언 서명 때 북측의 문안을 다 검토한 뒤 서명한 것"이라며 "정상적이란 말이나 상시적이란 말이나 다 같은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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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행원이 전하는 노 - 김 '말이 통한' 계기는 … #노 대통령 "세계화 시대 절대적 자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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