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란기자와 도란도란] 모르는 회사는 멀리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모르는 건 죄다. 아니, 죄를 넘어서 독이다. 투자의 세계에선 그렇다. 순진한 얼굴로 “몰랐어요”라고 고백하는 것, 사람 사는 세상에선 용서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돈이 오가는 투자의 세계에선 고백하는 순간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비정하다. 그 바닥에 발 담그겠다면 무장해야 한다. 투자하려는 기업의 재무제표는 물론이고 그간의 주가 패턴도 살펴야 하며, 경기 동향 등 시장 전망에 대한 점검도 필수다. 그러나 그런 사람 흔치 않다. 음료수 하나 살 때도 잘 모르는 회사 제품이면 구입을 망설이면서 투자할 때는 과감하다. 뭐 만드는 회사인지 몰라도 “∼하더라”란 한마디에 승부를 건다. 결과는? 주변을 보자. 주식 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 별로 없다. 대박은 전설로, 쪽박은 경험으로 회자된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은 개인이 주식으로 돈 벌 수 있는 확률은 10%가 안 된다고 단언한다. 주식 투자, 어렵다. 그래도 하겠다면 아는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004년 말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광동제약의 대박을 예감했다. 어떻게? 먹어 보고서다. ‘약골’(스스로를 이렇게 칭했다)로 박카스와 함께 20년을 보냈다. 그런 그가 당시 맛본 ‘비타500’은 대단했다. 된다, 싶었다. 비타500의 매출 급증으로 광동제약의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 2004년 2000원을 넘지 못하던 주가는 2005년 중순 4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밸류자산운용 방원석 차장도 틈나면 백화점과 마트를 돌아다닌다.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어떤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지 점검하면 투자 아이디어가 떠올라서다.

 VIP투자자문 최준철 대표도 그런 식이다. 투자 비법을 알려 달랬더니 주부라면 소비재, 선생님이라면 학습 관련주에 관심을 가지란다. 제품이 좋은지 나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집 옆에 들어선 이마트에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선 신세계의 강세를, 학생들 사이에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인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메가스터디의 급등세를 점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게 주식 시장이다. 잘 아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당신의 증시 생존율을 높여줄 것이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