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고뇌와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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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계종 26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5일 조계종 총무원에 모였다. ‘신정아·변양균 의혹’이 불교계 전체의 비리 의혹으로 왜곡.과장 보도된 것과 관련한 대책 회의다. 주지스님들은 불교계 자정을 다짐하고 조선일보에 대한 절독을 결의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뒷모습) 등 참석자들이 삼귀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불교 조계종이 '신정아-변양균 사건'과 관련해 불교계에 대한 일부 언론의 음해성 의혹 보도와 검찰의 '흘리기성 수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키로 했다. 또 불교계 내부를 향해서도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히며 '자성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5일 오후 3시 서울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선 조계종 26개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가 열렸다. 2300개가 넘는 조계종 사찰과 1만3000여 명의 조계종 승려들을 대표하는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는 집행력을 갖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날 오후 4시30분에 끝날 예정이던 회의는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불교계의 고뇌와 분노가 드러난 회의였다. '신정아씨 사건'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와 검찰의 수사 방식, 정치권의 태도 등에 대한 주지스님들의 강경한 발언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교구본사 주지회의는 결의문을 통해 "종교적 편견과 정치적 의도로 불교 위상을 손상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일간지 '조선일보'에 대한 거부 운동을 범불교적으로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국 본.말사와 신도, 신행단체, 불교신도들의 조선일보 구독 거부'와 '전국 사찰 및 불교 기관에 조선일보 구독 거부 현수막 게시'를 결의문에 명시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본사 주지스님들이 '월정사 국고 지원 의혹 보도' 와 '신정아씨 계좌로 사찰 주지들의 거액 송금 보도' 등 불교계를 향한 조선일보의 추측성 의혹 기사에 대해 대단히 화가 나 있었다"며 "예상보다 강도 높은 내용이 성명서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또 본사 주지회의는 결의문에서 '불교를 훼손.폄하 보도하고 있는 MBC에 대해 엄중 경고하며,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교구본사 주지회의는 불교계 내의 '신정아씨 사건' 관련자와 관련 기관에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 주지회의는 결의문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국대 이사회의 전 이사가 사퇴할 것'과 '총무원이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은 주지회의를 대표해 '성명서'를 읽으며 "이런 보도가 재발할 시 명예회복을 위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 승원 스님은 "최근 불교계를 비리집단으로 몰아간 일부 언론 보도와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매우 분개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추석 연휴 등으로 이번 회의가 늦어져 즉각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불교계 내부에도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불교계도 자정과 개선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조계종 주지회의 결의

◆조선일보 구독 거부

1. 불교 위상을 손상시키는 조선일보에 대한 사찰 및 신도 차원의 구독 거부

2. 전국 사찰 및 불교기관에 조선일보 구독 거부 현수막 설치

3. 불교를 훼손.폄하 보도한 문화방송(MBC)에 엄중 경고

◆자정 노력

4. 동국대 재단이사회 이사 전원 사퇴

5. 정확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징계

6. 분규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중앙종회 종책 모임의 발전적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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