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관전기>로마리오.베베토 콤비 완벽한 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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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70년대초 서독대표팀에는 천재적인 미드필더가 두명 있었다.바로 귄터 네처와 볼프강 오베라츠다.이 둘은 서로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경기장 안에서까지 지나친 라이벌의식을 보여 게임을 그르치기 일쑤였다.두 사람을 조화시키는데 고민 하던 당시의쉔 감독은 74년 서독월드컵에서는 두 선수를 번갈아 한 게임씩기용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로 했다.두 명의 빼어난 미드필더를 동시에 기용하지 못하는 쉔 감독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브라질의 예선경기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두 걸출 한 공격수인 로마리오와 베베토간에는 그런 문제가 없을까 하는 우려를 가져보기도 했다.하지만 적어도 미국과의 16강전까지는 둘은 완벽한 콤비네이션을 보여주고 있다.미국전의 결승골도 두 사람의 합작품이었고,득점 후 포옹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어떤 강팀도 한 번은 위기를 겪게 마련인데 브라질은 그 한 고비를 넘겼다.볼을 잡은 선수를 2중 3중으로 둘러싸 돌파를 저지하고,브라질 특유의 전진패스에는 오프사이드 작전으로 맞선 미국의 투지 넘친 수비에 막힌데다 불운까지 겹쳐 브라질은 시종고전했지만「명인의 한 수」는 남아있었다.그 저력 앞에 한국.사우디아라비아.나이지리아와 함께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축구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던 미국의 돌풍도 가라앉고 말았다.이변은 있었지만 기적은 없었다고나 할까.
70년 우승 이후 브라질이 내내 「영원한 우승후보」로만 맴돌았던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팀워크의 부재,체력과 정신력의부족,섣부른 유럽식 수비축구의 모방,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의개인기를 무력화시키려는 상대팀들의 거친 플레이 를 들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이번 브라질팀은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듯하다.팀워크도 나무랄 데 없고 경기종료까지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투지가 넘친다.브라질 특유의 스타일로 돌아왔으며,무엇보다 수비의 거친 플레이를 용납 하지 않는 이번대회의 경기운영은 브라질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브라질은 한 골을 넣은 후에도 세찬 공격을 계속했다.스웨덴의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를 3-1로 이긴 후 『한국-독일전이 많은참고가 됐다』고 토로한 것처럼 한국은 세계축구에 한 교훈을 준셈이다.체력을 안배하면서 경기종료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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