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용덕 한화,태평양잡고 8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투수는 무척 예민하다.
투수전의 진수를 보여준 28일 인천 한화-태평양의 경기는 투수들이 얼마나 예민한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한화 선발 韓容悳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金性甲을 4구로 내보내는등 난조를 보였다.1회말 1사 1,3루 위기를 특유의 노련함으로 가까스로 넘긴 韓은 1회가 끝난뒤 돌아서서 뒷발로 마운드 앞쪽땅을 골랐다.
2회말에는 柳承安코치가 합세해 땅을 골랐고 3회말이 시작되기전에는 李充淳투수코치가 아예 쇠스랑을 동원,흙을 파냈다.
한용덕은『투구할때 앞발(오른손잡이일 경우 왼발)을 내딛는 땅이 높고 딱딱해 밸런스가 흐트러졌다.그래서 초반에 공이 계속 높았고 땅을 고른뒤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흙을 파낸 이유를 설명했다.실제로 3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던 韓은 4회부터 8회 2사까지는 2안타만 내주며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韓이 흙을 고른데 대해 태평양은『우리투수들이 마운드 앞쪽의흙이 너무 부드러워 발이 깊이 빠진다고 해 어렵게 벽돌가루처럼딱딱한 흙을 구해 마운드와 타석을 딱딱하게 했다.발이 약간씩 빠지는데 익숙한 투수는 발이 빠지지 않아 감이 약간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수가 올라서서 투구하는 마운드는 지름 약 5m46㎝의 원이며 한 가운데 있는 투수판의 높이는 약25.4㎝다.그 높이에서마운드의 둘레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게 되어있다.그래서 키가큰 투수는 마운드가 높을수록 위에서 내려꽂는 효 과를 볼 수 있고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날 韓이 파낸 흙을 높이로 따져보면 불과 2~3㎝정도밖에 안된다.韓은 이 2~3㎝의 차이가 만들어낸「감의 차이」를 1회가 끝난뒤 재빨리 파악,자신의 구미에 맞게 마운드를 조정했기 때문에 1-0으로 승리,11승째를 올려 다승부문 단독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
[인천=李泰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