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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약속지킨 '뮤지컬 이야기쇼…' 배우 이석준

중앙일보

입력


‘이벤트 놀랐소상’ 박칼린(음악감독),
‘NG 작살상’ 박준면(배우),
‘잘 컸소상’ 조정석(배우)….
지난달 17일 문화일보홀에선 조촐한 시상식이 열렸다.
‘뮤지컬 이야기쇼,이석준과 함께(이하 이야기쇼)’제작진이 그동안 이야기쇼 무대에 섰던 출연자들에게 상을 주는 자리였다. 2004년 4월 12일 첫 무대를 시작한 이야기쇼는 매회 뮤지컬 배우 한 사람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해, 무대 뒷얘기를 털어놓고 노래도 부르는 무대다. 지난 3년 여 동안 이야기쇼에 출연한 배우는 총 220여 명. 관객은 1만여 명이 다녀갔다. 17일 10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이야기쇼의 기획자이자 진행자인 뮤지컬 배우 이석준(35)을 만났다.

“이야기쇼에 초청할 수 있는 배우가 100명은 되지 않겠느냐, 그 배우를 좋아해서 찾아오는 관객도 100명은 되지 않을까,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였어요.”
100회를 목표로 삼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만큼 그는 가볍게 첫발을 내디뎠다.
“소심해서 남의 주목을 받거나 내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직접 하는 것을 꺼리는 반면, 사람과 사람 중간에 끼는 것은 잘 해요. 공연이 끝난 후 배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관객이 있으면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끔 연결해주곤 했죠. 뮤지컬 배우와 관객이 좀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잘 아는 동료들과의 자리라는 점도 그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뮤지컬 배우라면, 춤 ·노래· 연기, 삼박자를 다 갖춰야 하므로, 웬만한 개인기 하나쯤은 내세울 수 있을테고, 그것들을 배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에피소드도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처음 1년간은 공연이 없는 매주 월요일에 무대를 올렸어요. 2주 동안은 인지도 높은 배우를, 2주 동안은 신인을 초대했어요. 앞선 2주 이야기쇼에서 티켓이 팔리면, 신인이 게스트로 나올 때의 손실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신인들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거죠.”

하지만 티켓판매가 예상을 빗나가면서 그는 빚만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포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여겼을 때 그에게 다시 용기를 준 것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스태프들이었다. 이야기쇼를 격주로 진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늘기 시작했다. 출연 배우와 관객이 함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배우와 맞장뜬다’, 입장 전 적어낸 관객의 휴대폰으로 배우가 전화를 걸어주는 이벤트, 관객들을 위해 준비한 출연 배우들의 선물 등은 이야기쇼의 전매특허가 됐다.

이야기쇼를 흥미롭게 이끌기 위한 여러 장치와 더불어 그의 진행 스타일도 변했다. 그러나 ‘현장성을 갖춘 진솔한 이야기’를 선보이겠다는 초심은 한결 같았다. ‘소위 좋은 토크쇼와 나쁜 토크쇼를 가르는 것은 출연자를 진솔하게 보여주느냐, 포장하느냐다’라고 그는 믿는다. 뮤지컬이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던 2004년에 시작, 관객들과의 100회 공연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사람 냄새 나는 무대’였다.

“메인 배우(인지도 높은 배우)가 추천하는 신인, 음악감독이 추천하는 신인 무대를 기획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어요. 무대 뒤 사람들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관객의 한주간 공연계 취재기도 소개하고 싶었고요….”
끝없이 쏟아지는 아이디어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100회에 이은 ‘시즌2 공연’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뮤지컬이 붐을 탔잖아요. 이럴 땐 가만히 있어도 돼요. 관객들의 관심이 시들해질 때 뮤지컬과 관객을 이어주는 역할이 또 필요하겠죠. 관객들이 무료로 이야기쇼를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다시 고려해볼거예요. 유사한 이야기쇼가 여기저기 생긴다면, 저희는 ‘원조’로 남죠 뭐, 하하.”
“국내 뮤지컬계는 대형 뮤지컬과 대형 스타 의존이 높아졌어요. 창작뮤지컬과 신인 배우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이야기쇼 제작진은 오는 16, 17일 오후 8시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99·100회 특집 공연 ‘아름다운 나눔’을 마련한다. 99회(16일)에는 조정석, 윤공주, 홍광호, 김도현, 전병욱 등 차세대 뮤지컬 배우 11명이 자리를 함께 한다. 100회(17일)에는 조승우, 이건명, 김수용, 김선영, 민영기 등 관록있는 정상급 배우 10명이 출연한다. 이틀간에 걸친 공연의 티켓판매금(제작비 제외)과 배우들의 개런티는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된다.
R석 5만원, S석 4만원. www.iyagishow.com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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