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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美감독 김대실씨 恨서린 세월 영화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강대국들의 힘겨루기 와중에서 어이없이 강제징용된 사할린 동포들이 처음 상륙한 코르사코프港,주린배를 움켜쥐고 하루 12시간씩 일하던 고르노자포스크 광산,2차대전에 패망한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갈때 함께 배에 오르려던 우리동포들을 매몰차게 떼어놓던 콜름스크港,귀향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채 숨진 동포들이사무친 그리움과 함께 묻힌 유지노사할린스크 공동묘지 등의 현장을 들풀처럼 살아남은 사할린 동포들의 생생한 육성과 함께 되살릴 기록영화『버림받은 사람들-사할린 의 조선인』.
金大實씨(56.워싱턴 거주).「의식있는 영화 만들기」만 고집하면서 지난해에는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사건(92년)을 재조명한 기록영화『사이구(4.29)』로 또 한차례 눈길을 모았던 在美 영화감독.그가 9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 0주년을 앞둔 요즈음 사할린 동포들의 버려진 삶,恨으로 응어리진 세월을 영상화하느라 여념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는 모두 정해졌습니다.지난 겨울사할린에 가 동포들과 함께 눈물을 쏟으며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필름만 14시간분량이며 한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문서에 스탈린이서명한 자료를 포함,일본의 강제징용 사실을 뒷 받침하는 사진 및 관련기록과 지도등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깊은 자료들을 찾아냈지만 좀더 추가해야할 부분들이 많아요.』 안타깝게도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사할린 동포들과 인터뷰하며 이제까지 빌려쓴 돈만해도 6만달러(약4천8백만원).美國人 시부모의 노후준비자금이다.앞으로 남한 각지에 흩어져있는 사할린 동포들의고향을 방문하고 일본인 관계자 들과 면담하는 한편 관련기록 자료들을 수집,촬영해 최종 편집을 마치기까지 약30만달러(약2억4천만원)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동포들의 모임이나 강연회 등을 통해 모금해 보고자 15분짜리 소개용 필름을 편집해 각대학이나 사회단체를 돌며 시사회도하고 있지만 제작비에 보태라며 선뜻 지갑을 여는 동포들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맥이 풀릴때마다 사할린 동포들 의 눈물어린 호소가 그를 채찍질한다.95년 한햇동안 세계각국에서 벌어질 수많은 국제영화제를 통해 이 기록영화를 널리 소개하려면 늦어도 올해말까지는 모든 작업을 마무리해야하는 실정.미국 여러기관에 신청한 지원금이 과연 나올는지 매우 불투명한 상태여서 마음이 무겁지만「집을 저당 잡혀서라도」이 영화를 마무리짓고야 말겠다는집념만은 흔들리지 않는다.
다행히도 미국의 영향력있는 공영방송인 PBS측이 15분짜리 소개필름을 보고는 참으로 놀랍고도 값진 영화라며 95년중 방영될 2차대전 종전기념 특집시리즈의 마지막회로 방송하겠다고 제의해와 큰 위안이 된다고.PBS는 지난해에도 그의 36분짜리 기록영화『사이구』를 미국전역에 방송,이 사건의 본질이 미국 언론들에 의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黃海道 新川출신으로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한뒤 모교인 이화여고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다 홀연 미국유학길에 오른것은 지난 62년.보스턴 대학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뒤 매사추세츠州 마운트홀리요크대학의 종교철학 부교수로 재직하다 88년 독립된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미국연방정부 산하기구인 전국인문협회(National Endowment for Humanities)미디어 프로그램의 연구원으로 위촉받은데 이어 뉴욕주 예술협회 미디어 프로젝트 책임자로 발탁되면서 영화제작 에 대한 본격적 관심과 실력을 키운것.
지금까지 이민문제와 관련된 미국사회의 현실을 다룬 기록영화『아메리카 비커밍(America Becoming)』을 만들어 휴스턴 국제영화제.콜럼버스국제영화제 등에서 입상했다.그밖에『도시빈민』『급진파 학생』『노동자착취공장』『농부와 어부 』 등의 영화도 미국 NBC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등크게 호평받았다.
『2차대전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6백여만명의 우리동포들 가운데 사할린으로 실려간 인원이 약4만3천명.그가운데 생존한 동포는 이제 1천여명밖에 안됩니다.그 엄청난 역사의 비극을증명할 장본인들이 영영 눈감기전에 우리는 뭔가 해야되지 않을까요.』 『사이구』가 미국 각지에서 인종문제와 관련된 교육.토론용 자료로 널리 이용되듯『버림받은 사람들…』도 평화교육을 위한생생한 교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워싱턴=金敬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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